내년 자신의 생일에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UFC 격투기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은 단순한 괴짜 이벤트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역사 속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던 '마초주의(Machoism)' 정치 전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거친 남성성을 과시하며 국가를 구원하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비판과 논란을 이미지 정치로 덮으려는 독재자들의 전형적인 각본이다.

역사는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증명한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웃통을 벗고 밀 수확을 하는 사진을 대중에게 끊임없이 노출하며 자신을 건강하고 힘센 노동자 지도자로 포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상의를 탈의한 채 낚시나 사냥을 즐기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며, 냉철한 전략가 이미지에 야성적인 남성미를 덧씌웠다. 북한의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 또한, 백마의 신화적 상징성을 이용함과 동시에 젊은 남성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트럼프의 UFC 이벤트 계획은 이러한 독재자들의 모습과 정확히 겹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원초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UFC를 자신의 권력 중심부, 백악관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는 계산된 정치적 퍼포먼스다. 이는 자신을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는 강력한 '스트롱맨(그의 지지층에게는 ‘기득권 질서와 싸우는 지도자’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은)'으로 각인시키려는 노골적인 시도다. 안하무인 격의 외교 정책과 국내의 극단적 지지층만을 위한 언행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잡음과 비판을, 이처럼 원초적인 힘의 이미지로 덮어버리려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이러한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올해 자신의 생일(6월 14일)이자 미 육군 창설 기념일에 맞춰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당시 미국은 LA 등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고, 시민들은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하는 '노 킹스(No Kings)' 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국가적 분열과 위기의 한복판에서 그는 대화와 통합 대신, 군사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 길을 택했다. 이는 내부의 비판을 외부의 위협이나 강력한 힘의 과시로 억누르려는 독재자들의 익숙한 통치술이다.
물론 미국은 이들 독재 국가와는 다른 강력한 민주주의의 토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가 비판에 귀를 닫고, 복잡한 국정 현안을 단순하고 폭력적인 이미지로 대체하려 할 때, 그에게서 '독재자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백악관에서 울려 퍼질 UFC의 함성은 어쩌면 위기에 처한 미국 민주주의의 비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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