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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1200만 펫팸족 시대의 그림자, '펫로스 증후군'에 대응할 때

2017.10.23 - [생활] - 점점 늘고 있는 '펫로스 증후군'

 

점점 늘고 있는 '펫로스 증후군'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도 20%를 훌쩍 넘었다. 다섯 가구 중 적어도 한 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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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반려동물 인구 1200만, 반려가구 600만 시대를 살고 있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동물은 이제 단순한 '애완'을 넘어 가족의 일원이자 삶의 동반자인 '반려(伴侶)'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들은 정서적 안정과 유대를 제공하며, 팍팍한 현대 사회의 중요한 심리적 안전망이 되어준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동반 관계에는 필연적으로 끝이 있다. 인간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가진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의 사회화 문제다.

 

 

펫로스 증후군, 더 이상 개인의 슬픔이 아니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반려인이 겪는 극심한 슬픔과 우울, 상실감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슬픈 감정을 넘어,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 신체적 증상과 우울증, 사회적 고립감, 죄책감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동반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슬픔을 두고 "유난 떤다", "동물 죽은 것 가지고 뭘 그래"라며 개인의 유약함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54.7%가 펫로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를 전체 반려 인구로 환산하면 수백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KB경영연구소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특히 반려동물을 '마지막 가족'으로 여기는 독거노인이나, 유일한 정서적 교감의 대상이었던 1인 가구에게 펫로스가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수많은 국민이 겪는 예측 가능한 고통이라면,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함께 들여다봐야 할 '공중 정신건강' 이슈인 것이다.

 

 

왜 '간접 복지'의 관점이 필요한가

 

우리가 펫로스 증후군을 '간접 복지'의 영역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립된 개인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사회적 단절을 예방하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은 국가 복지의 중요한 목표다. 반려동물이 이미 그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다면, 그 반려 관계의 마지막 단계인 '상실'의 충격을 완화하고 반려인의 건강한 애도를 돕는 것 역시 중요한 복지 정책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 이별을 준비하는 사회

 

'펫로스 사회화' 시대를 맞아,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 반려동물 장례 및 추모의 제도화 :

 

현재 대부분 사설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공공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확대하고, 추모 공원이나 온라인 추모관 등을 마련하여 반려인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상실감을 정리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2. 심리 상담 및 커뮤니티 지원 :

펫로스 증후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관련 의료비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자조 모임을 지원하여 사회적 지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상실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공감과 연대의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만남'부터 '이별'까지, 전 생애주기 교육 :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순간부터, 그들의 짧은 생애 주기와 필연적인 '이별'의 순간까지를 포함한 전 생애주기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반려인들이 막연한 두려움 대신, 이별을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돕는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피할 수 없는 '상실'의 경험을 분리하여, 슬픔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앞으로 10년은 단순히 '펫팸족 증가'의 시대가 아니라, '펫로스 사회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 마지막 순간과 그 이후의 슬픔까지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지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보지 않고, 국민 다수가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자 새로운 복지의 영역으로 바라볼 때,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성숙한 정서적 안전망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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