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전 세계의 농업과 해양 생태계를 뒤흔들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각 지역의 대표 음식과 식재료가 사라지거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예측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이미 서울 한복판에서 바나나가 열리고, 동해안의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잡히는 현실 속에서, 기후 변화는 '세계 음식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각 나라와 지역을 대표하는 현재의 메뉴가 미래에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흥미로운 상상력을 더해 가능성 있는 사례를 제시해 본다.

이탈리아에 '밀가루' 없는 파스타가 등장 한다?
이탈리아 요리의 심장인 파스타의 핵심은 '듀럼밀'이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의 듀럼밀은 파스타의 쫄깃한 식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그런데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이탈리아 남부의 듀럼밀 생산량은 급감하고 있다. 결국 미래의 이탈리아 식당 메뉴판에는 듀럼밀이 아닌, 가뭄에 강한 렌틸콩, 병아리콩, 퀴노아 등 대체 작물로 만든 '글루텐프리 콩 파스타'가 표준이 될지 모른다.
이탈리아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알 덴테로 삶은 쫄깃한 렌틸콩 파스타에 지중해산 해초 페스토를 곁들인 요리"가 2050년 로마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를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바다의 왕자' 연어의 실종된다면?
스코틀랜드의 대표 특산품인 훈제 연어는 차고 깨끗한 북대서양 바다에서 양식되는 고급 식재료다.
다만 해수 온도 상승은 연어에게 치명적이다. 수온이 오르면 연어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기생충이 창궐하여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미래의 스코틀랜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훈제 연어 대신, 따뜻한 바다에서도 잘 자라는 '방어'나 아열대성 '참치'를 훈제한 요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은 옛말? '영국산' 보르도 와인과 '북유럽산' 샴페인
프랑스의 상파뉴와 보르도 지역은 수백 년간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 온 신성한 땅, 즉 '테루아'의 상징이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포도 재배지는 점점 북상하고 상황.
미래에는 "프랑스산 샴페인"보다 기후 조건이 더 적합해진 "영국 남부의 스파클링 와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와인 리스트에는 "2060년산 영국 서식스 지방의 빈티지 보르도 블렌드"가 최고가 와인으로 이름을 올릴지도 모른다.

일본, 연어알 초밥 대신 '해파리 군함말이'
신선한 참치, 연어, 성게, 오징어는 일본 초밥의 상징이다.
일본 근해의 어종지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산성화는 엄청난 변수로 작용한다. 차가운 바다에 사는 연어와 성게는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열대성 어종과 해파리가 채울 것이 예상된다.
미래의 오마카세 스시야에서는 참치 뱃살 대신 잘 숙성된 '아열대성 다랑어'가 나오고, 성게알(우니) 군함말이 대신 쫄깃한 식감의 '해파리 군함말이'가 새로운 별미로 등장하는 것이 헛된 망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스의 전통 생선구이 위기
지중해 식문화의 정수인 그리스 요리는 신선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농어, 도미 등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구이가 핵심이다. 더구나 그리스 양식 생산의 60% 이상이 이 두 어종에 집중되어 있다.
지중해의 수온 상승은 기존 양식 어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미래의 그리스 해변 타베르나(Taverna, 선술집)에서는 농어 구이 대신, 수에즈 운하를 통해 넘어와 지중해 생태계에 적응한 아열대성 어종(예: 라이언피쉬, 복어류)을 활용한 새로운 생선 요리가 주 메뉴가 될 수 있다. 좀더 가혹하게 상상해보자면 어획량 감소로 인해 병아리콩이나 렌틸콩으로 만든 '식물성 생선 스테이크'가 그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옥수수' 없는 멕시코 타코의 시대?
타코, 토르티야, 엠파나다 등 멕시코의 모든 전통 음식은 '옥수수'에서 시작된다. 옥수수는 멕시코의 영혼이자 식문화의 근간이다.
안타깝게도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은 멕시코의 옥수수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의 옥수수 생산량은 2055년까지 약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멕시코 길거리 타코 가판대에서는 전통적인 옥수수 토르티야 대신, 가뭄에 강한 수수(sorghum)나 기장(millet)으로 만든 토르티야, 혹은 탄수화물이 적은 콜리플라워 토르티야가 대세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옥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사라진 타코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될 것이다.

커피의 종말, '대체 커피'의 부상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의 아라비카 원두는 세계 최고의 커피로 인정받는다.
다만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기온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2050년까지 전 세계 재배지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 에티오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커피매니아들이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
미래에는 커피콩 없이 치커리 뿌리, 대추야자 씨앗, 병아리콩 등을 로스팅하여 만든 '대체 커피(Lab-grown Coffee)'가 우리의 아침을 깨우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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