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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역사

인도네시아 카르티니



  우리에게 카르티니라는 이름은 수카르노나 수하르토 대통령만큼 친숙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모'로 널리 사람받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인물이다. 그녀의 탄생일인 4월 21일은 '카르티니의 날'이라 하여 매년 성대하게 경축한다. 그녀는인도네시아 민족주의의 선각자,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족과 국가에 생애를 바친 위인으로 추앙되고 있다.


  카르티니와 관계있는 지방은 자바섬 북쪽 해안에 면한 재파라와 렘방시이다. 이 도시뿐 아니라 그녀의 입상과 공적을 기록한 바, 그녀의 이름을 딴 재단 및 잡지, 건물, 도로 등이 전국 각지에 크게 증가하였다. 민족주의와 독립 달성에 생애를 바친 선각영웅들은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녀의 존재는 우뚝 솟아 있다. 카르티니에 대한 칭송은 인도네시아라는 국민국가가 존속하는 한 제도와 체제가 아무리 바뀌더라도 계속될 것이다.


  카르티니(1879~1904)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생을 보냈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존재가 이렇게 칭송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녀가 태어난 라덴 아쟁 카르티니(Raden Adjeng Kartini) 가문은 멀리 14세기에 번영했던 마자파히트왕가와 관계가 있다. 그녀는 아버지 소스로닝라트의 재임지 재파라 매용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당시 매용 군수였는데 나중에 재파라섬의 책임자로 승진하였기 때문에 그녀는 소녀시대를 재파라의 사택에서 보냈다. 그곳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크고 훌륭한 저택이었다. 라덴 아쟁은 자바귀족의 호칭이었다. 아버지는 개명된 사람으로 카르티니에세 어릴 때부터 가정교사를 들여 네덜란드어 교육을 시켰으므로 그녀는 네덜란드인이 다니는 국민학교에 입학할 만큼 네덜란드어에 능통했다.


그러나 카르티니는 성인이 되자 당시 자바귀족의 관행에 따라 집안에 틀어박힌 채 생활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꿈도, 여성교육을 보급하려던 희망도 이룰 수 없었다. 1903년 렘방 지방의 도지사 조하드닝라트와 결혼하지만 이듬해 9월 장남을 낳은 후 사망하고 말았다. 겨우 25년의 짧은 생애였다. 그녀의 묘는 렘방 근교의 도로변에 있다.




  카르티니의 이름은 그녀가 죽은 뒤 네덜란드인들 사이에 먼저 알려졌다. 그녀가 생전에 네덜란드인 친구와 아는 사람들에게 써보낸 수백여 통의 편지가 1911년 서간집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순식간에 재판을 거듭해 나중에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었음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번역·출판되었다.


  그녀가 살았던 19세기말의 인도네시아는 식민지 지배의 무거운 굴레에 묶여 있었고 민족주의가 싹터 그 운동이 막 일어나기 직전인 여명의 시대였다. 그 시대에 그녀는 다른 인도네시아인 누구보다 앞서(정확히 말하면 그 시대에는 아직 '인도네시아'라든가 '인도네시아인'이라는 관념이 없었다) 이 사회의 근대화에 대한 자신의 꿈과 희망을 한 자루의 펜에 의지하여 편지라는 형식을 벌어 이야기했던 것이다. 독자를 전혀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들은 늘 자신의 내면을 향하는 것이었다.


  학교를 세우겠다는 꿈, 진학을 계속하는 꿈, 서민들과 사귀고 함께 생활하는 꿈, 무엇보다도 자신이 갇혀 있는 공간으로부터 해방되는 꿈···. 그런 다양한 꿈이 당차게 펼쳐지고, 때로는 그녀가 보는 자바의 자연이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묘사된다.


  이 글들은 카르티니에게 이미 근대정신이 확립되어 있었음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성이라는 점, 짧은 생애를 마쳤다는 점, 항상 혼자였다는 점 등이 전해주는 비극성과 선각자다운 고독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겨주었다. 인도네시아는 그녀의 꿈을 빌어 민족의 희망과 기원을 이야기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녀는 민족의 꿈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그녀의 생애는 세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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