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정보/역사

여성 참정권



  여성이 옛날부터 정치적 권리를 전혀 갖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이래 유럽의 귀족여성이나 고위급 여자성직자 가운데는 참정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시작되기 직전, 175년 만에 열리는 삼부회의가 소집되었을 때도 소수의 여성이 이 권리를 행사했다. 그러나 이 권리는 봉건적 특권이었기 때문에 혁명과정에서 파기되고 말았다. 그리고 혁명으로 성립된 정부는 시민계급 남성에게 보장한 참정권을 여성에게는 주려고 하지 않았다. 시민혁명은 여성들로부터 옛 권리를 빼앗고 새로운 권리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 여성들도 침묵하지만은 않았다.


  혁명의 시대 프랑스에서는 올랭프 드 구지가 [인권선언]에 대항하여 [여성의 권리선언]을 썼고, 영국에서는 메리 울스턴크라프트가 [여성권리의 옹호]에서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요구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19세기 중반이 되자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1840년 런던에서 세계 반노예제대회가 개최되었는데 거기에 참석했던 미국의 루클레시아 모토와 엘리자베스 스텅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파견단원으로서의 참가를 거부당했다. 조용히 방청석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여성들은 언젠가 여성의 권리를 획득하자고 함께 맹세했다. 1848년 그녀들의 호소로 뉴욕주 세네카폴즈에서 여성권리대회가 열려 여성참정권 요구를 결의하였다. 이로써 미합중국의 여성 참정권운동이 시작되었다.


  격렬한 참정권운동을 전개한 것은 영국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이 여성참정권운동에 나선 직접적인 계기는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의 하원의원 당선이었다. 운동가들은 여성참정권 청원을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100명의 서명이 있으면 제출하겠다는 그의 의견에 그녀들은 2주동안에 1,499명의 서명을 모았다. 그것을 보고 밀은 이것이야말로 의회에서 내세워 보일 수 있는 유효한 무기라며 기뻐했다. 1866년 밀에 의해 영국사상 최초로 여성참정권이 의회에 상정되었지만 다음해에 196 73으로 부결되고 말았다.


  이런 운동을 통해 맨체스터 및 런던에서 여성참정권운동 조직이 만들어지고 선전활동이 이루어졌다. 밀리센트 가레트 포세트는 전국여성선거동맹을 결성했다.


  한편 의회와 정부의 완고함에 애가 탔던 에밀린 팰크허스트와 그의 딸 크리스트벨 팽크허스트는 20세기초에 여성사회정치동맹(WSPU)을 조직하고 직접행동에 호소하여 여성참정권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행동을 시작했다.


  WSPU의 여성들은 전투적 참정권운동가로 불렸다. 수상관저 철책에 몸을 묶거나 정치가 로이드 조지의 차에 올라타 안에서 열쇠를 잠그고 그에게 선거권을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여성참정권을 인정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얼버무리려 하자 그들은 전술을 한 단계 높여 번화가 쇼윈도를 깨뜨리기도 하고, 미술관의 그림을 찢거나 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에밀리 딥슨은 경마장 관중 앞에서 국왕 조지 5세의 말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정부는 이들 운동가들을 체포하고, 형무소에서 단식투쟁을 하는 여성에게는 강제급식을 실시하거나, 건강이 악화되면 석방했다가 회복되면 다시 체포하는 [쥐와 고양이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격렬한 운동에 대해 크리스트벨 팽크허스트는 자신들은 여성참정권을 위해 많은 것을 파괴했지만 적과 방관자를 괴롭히지 않아다. 상처를 입은 것은 자신들뿐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성운동가들 사이에 휴전을 가져온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총력전을 펴기 위해서는 여성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정부는 전쟁이 끝나면 여성참정권을 실현한다는 약속을 하고 여성운동가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에밀린 팽크허스트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대전이 종결된 1918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졌고, 1928년에는 21세 이상의 남녀에게 평등한 참정권이 실현되었다.


  이후 1차대전 중에는 사회주의국가가 된 소련에서, 2차대전 후에는 프랑스·이탈리아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여러 나라에서 여성참정권이 실현되었다.



반응형

'시사 정보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화단 운동  (0) 2016.08.24
산업혁명의 변화  (0) 2016.08.24
고려대장경이 일본으로 간 까닭은?  (0) 2016.08.24
마젤란의 죽음  (0) 2016.08.23
클레오파트라  (0) 201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