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치원 입학식(入園式, 뉴엔시키)과 졸업식(卒園式, 소츠엔시키)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아이와 부모, 그리고 공동체 모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사회적 '통과의례'로 여겨진다. 아이의 복장은 물론, 부모의 옷차림부터 행사 후 가족 식사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이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사회의 첫걸음, '집단'으로의 공식적인 입문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사회가 개인만큼이나 '집단 속에서의 조화(和, 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치원 입학식은 아이가 가정을 벗어나 처음으로 '사회'라는 집단에 공식적으로 소속되는 의식으로 받아들여 진다.
다시말해 입학식은 "이제부터 당신은 이 사회의 일원입니다"라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새 출발'의 의미를, 졸업식은 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성장'과 '이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유치원 교육은 학습 이전에 사회성, 예절, 협동심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는데 입학식과 졸업식은 이러한 가치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첫 번째 교육의 장이 된다.
2. '하레(ハレ)'의 날, 삶의 마디를 기념하는 문화
일본에는 일상을 '케(ケ, 평범한 날)'와 '하레(ハレ, 특별한 날)'로 구분하는 전통이 있다. 입학·졸업식은 아이 인생의 중요한 '하레'의 날로, 특별한 격식과 준비를 통해 그 의미를 기념한다.
행사가 열리는 시기 자체도 상징적이다. 졸업식은 한 해가 마무리되는 3월, 입학식은 벚꽃이 만개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4월 초에 열리는 것이 자연의 변화와 인생의 전환점이 맞물리며 감동을 더한다.
아울러 일본은 의례를 매우 중시하여 복장, 좌석 배치, 기념 촬영 등 모든 부분에서 세밀함과 정성을 기울인다. 이는 행사에 대한 가족과 교사의 높은 참여도와 결합되어 행사의 격을 높이는데 작용한다.
3. 부모의 역할과 격식을 갖춘 옷차림
자녀의 성장은 곧 부모의 노력이 맺는 결실로 여겨지기에, 부모의 참여와 감정 이입이 매우 크다.
특히 어머니의 육아 헌신이 큰 문화 속에서, 아이가 처음 곁을 떠나는 입학식은 부모에게도 '아이의 독립'을 실감하는 벅찬 순간이다. 졸업식에서는 "울지 않는 부모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난 시간에 대한 감동과 대견함이 폭발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면 된다.
한편 상황에 맞는 복장(TPO)을 중시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예의의 표현으로 여긴다. 일반적으로 입학식에는 화사한 색(아이보리, 핑크 등)의 정장을, 졸업식에는 차분하고 격식 있는 어두운색(네이비, 블랙 등)의 정장을 입는다. 여기에 진주 목걸이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일종의 공식에 가깝다.
란도셀(ランドセル)은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선물이다. 보통 조부모가 선물하는 이 가죽 책가방은 아이가 다음 단계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아이템이라고.
4. 교육의 시작과 감동의 공유
유치원은 단순 보육기관이 아닌, 정규 교육의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졸업식에서 아이들은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수료증을 받고, 소감을 발표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럽게 느낀다. 이는 아이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길러주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일본은 기록과 추억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행사 당일 전문 사진작가를 부르거나, 스튜디오에서 따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성스럽게 제작된 앨범과 기념품, 선생님의 편지 등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된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유치원 입학·졸업식은 사회적 통과의례, 전통적인 기념 문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체계적인 교육관이 모두 결합된 복합적인 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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