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개월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 이상설(실각설, 숙청설 등)의 근원은 무엇일까?
먼저 핵심 배경으로 꼽히는 장유샤(张又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의 갈등설을 빼놓을 수 없다.
시진핑의 '절대 아군'으로 평가되던 장유샤는 시진핑에 이어 중국군 서열 2위인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이다. 바꿔 말해 최고의 군부 실세라고 할수 있다.
시진핑과 장유샤는 부친 대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훙얼다이(红二代, 혁명 원로 자제)'이자 같은 산시성 출신으로, 고난의 시대 역시 같이 겪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집권 1, 2기 동안 군권을 장악하고 반대파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장유샤는 그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 역시 이에 대한 반증이다.
게다가 장유샤는 베트남과의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현재 중국군 최고위급에서 거의 유일한 실전 지휘관으로 꼽힌다. 이처럼 장유샤는 시진핑의 권력 기반, 특히 군부 내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흔들릴 수 없는 동지로 여겨져 왔다.
이런 둘 사이에 갈등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친위 세력으로 채웠던 군 핵심부에 대해 전례 없는(1960년대 이후 최대 규모) 대규모 숙청을 감행하면서부터다.
숙청의 핵심 타겟은 중국의 핵전력을 총괄하는 로켓군(火箭军)과 군의 무기 개발 및 조달을 책임지는 장비발전부(装备发展部)였다. 이때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을 비롯한 수뇌부 전체가 쓸려나갔고, 국방부장이었던 리샹푸(李尚福)까지 실각했다.
문제는 이 두 조직이 모두 장유샤의 핵심 권력 기반이었다는 것. 리샹푸는 장유샤가 장비발전부 부장으로 있을 때 발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주목 할 것은 당국이 문제 삼은 군 장비 조달 비리는 2017년 10월 이후에 발생한 사안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장유샤가 장비발전부 부장직에서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승진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사실상 장유샤의 책임 시기를 교묘하게 피하면서도, 그가 키운 사람들을 모두 쳐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장유샤의 동의 없이 이런 대규모 숙청은 쉽지 않은 일일뿐더러, 만약 동의했다면 이는 자신의 팔다리를 내주는 굴욕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이 자신의 절대 동지인 장유샤의 세력까지 제거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에는 이같은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시진핑의 반부패 운동과 중앙집권적 정책이 군부 내 불만을 키웠고, 장유샤는 군 내 지지와 원로 세력의 후원을 바탕으로 반발을 조직하며, 군부 내 권력투쟁의 중심에 섰다는 관측도 한쪽에서 힘을 얻고 있다.
중화권 매체에서 촉발된 '권력 투쟁 시나리오'는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단 시진핑 주석이 3연임 이후 절대권력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의심으로 인해, 자신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세력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믿었던 장유샤의 세력마저 부패를 명분으로 제거하자, 장유샤는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시진핑에게 등을 돌리거나 '소극적 저항'에 들어갔다는 것.
여기에 미국 전직 고위 관료(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중국에서 분명한 권력 교체가 진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장유샤, 딩쉐샹(국무원 부총리), 천지닝(상하이시 당서기) 등 3인 체제가 부상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나섰다.
이로 인해 군부 내 불만 세력이 장유샤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생겨 시진핑의 리더십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진핑 실각설' 또는 '권력 이동설'의 핵심 골자다.
여기에 2025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시 주석이 2주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각국에서 권력 공백·웅크림 의혹을 제기하였고, 당시 CCTV나 <인민일보>에도 주요 사진이 보이지 않으면서 불을 지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설'일 뿐, 다음과 같은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장유샤는 숙청설이 불거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진핑 주석 바로 옆에서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정말 숙청 대상이거나 시 주석과 등을 돌렸다면 공개 석상에서 밀려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기에 그의 건재함은 갈등설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한편으로는 숙청이 장유샤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진핑이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해석이다. 즉, 장유샤조차 자신의 부하들을 희생시키며 시진핑에게 '절대충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진핑의 절대권력이 정점에 달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대만 침공 등을 고려해 부패하고 무능한 군 지휘부를 정리하고 군의 '전투력'과 '충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실질적인 목적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작지 않다.
결론적으로 군부에 대한 대규모 숙청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시진핑을 향한 권력 투쟁으로 비화했다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설(說)'에 가깝다. 현재로서는 '시진핑이 자신의 절대권력을 공고히 하고 군을 완벽히 통제하기 위해 벌인 충격요법'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례 없는 규모의 숙청이 군 내부에 심각한 동요와 불안감을 야기한 것 또한 사실이기에, 중국의 권력 내부에서 어떤 물밑 움직임이 있는지는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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