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하면 보통 '오래 입고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 생각의 정반대 편에서 출발한 신발이 있다.
바로 디자인 스튜디오 '바수라(Basura)'와 음료 브랜드 '예르바 마드레(Yerba Madre)'가 협업하여 만든 '더트 슈즈(Dirt Shoes)'가 그 주인공이다.
'더트 슈즈'는 이름 그대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넘어 자연 그 자체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일단 소재부터가 남다르다. 여기에는 압축된 흙, 토양 유래 물질, 유기농 식물 섬유, 나무 수액, 그리고 야생화 씨앗만 들어간다고.
3D 프린팅 기술과 수작업 공예를 결합해서 만드는 모든 과정에 합성 염료나 화학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천연 접착 성분만으로 제작된다.
이에 대해 모든 구성 요소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순환 고리'를 목표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 신발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사라지는 방식'에 있다.
'더트 슈즈'는 신으면 신을수록 자연스럽게 닳고 부스러지면서, 그 안에 품고 있던 야생화 씨앗들을 흙으로 돌려보낸다. 즉,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쓰레기를 남기는 대신 새로운 생명을 피우는 '조용한 생태계 복원 활동'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걸을 때마다 꽃을 심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셈이다.
물론, 이 신발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려면 아스팔트보다는 흙이나 잔디 위를 걷는 것이 좋다. 만약 콘크리트 위에서 신발 조각이 떨어졌다면 화단이나 흙이 있는 곳으로 쓸어 담아주는 작은 수고가 필요하다.
'더트 슈즈'는 쉽게 닳아 없어진다는 점에서 비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영원히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대부분의 현대 신발들과 달리, 매립지를 오염시키지 않고 아름다운 야생화의 약속을 남기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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