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3기 8괴

  경주 3기 8괴란 3개의 기이한 물건과 8개의 괴이한 경치를 뜻한다. 3기는 금척(자)·옥적(피리)·화주(볼록렌즈로 추측)를 말하며, 8괴는 남산부석·문천도사·계림황엽·금장낙안·백률송순·압지부평·나원백탑·불국영지(기준에 따라 1~2개는 차이가 있다)를 말한다.

  금척(金尺)은 박혁거세 거서간(居西干)이 즉위하자 하늘에서 선물로 내려준 금으로 만든 자를 말하는데, 병든 사람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을 재면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신비스러운 것이었다. 이 소문이 중국의 한나라 황제에게까지 전해져 탐이 나자 사신을 보내어 보여줄 것을 청했다. 낭패를 당한 신라에서는 왕과 신하가 의논하여 금자를 땅에 묻고 봉분을 만들어 덮었다고, 어느 곳에 묻었는지 모르도록 하기 위해 주변에 수많은 봉분을 만들었다. 결국 사신은 금자가 묻혔다는 무덤을 찾아낼 뾰족한 방법이 없어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한다. 그 후 금자가 묻혀있는 곳이라 해서 마을 이름도 금척이라 불러오고 있다.

  옥적(玉笛)은 <동국여지승람>에 ‘경주의 옥적은 길이가 1자 9치인데, 그 소리가 매우 청량하다. 속전에 이것은 동해의 용이 바친 것으로서 역대의 보물로서 전한다’라고 기록되어있다. 신라 제31대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하여 동해 바닷가에 감은사를 짓고 난 다음,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의 혼령이 서로 힘을 합쳐 용을 시켜 보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만파식적이라고 한다. 견해에 따라서는 만파식적과 옥적을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화주(火珠)는 빛깔이 수정과 같고 햇볕을 받아 비추면 솜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이 보물은 선덕여왕이 지니고 있던 수정 볼록렌즈(돋보기)로 태양에서 불씨를 얻었다는데, 뒤에 백률사에 보관했으나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남산부석(南山浮石)은 버선을 거꾸로 세워 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버선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며, 남산의 국사골에 있다. 큰 바위 위에 또 한 개의 바위가 얹혀 있는데, 실을 넣어 당겨보면 바위가 공중에 뜬채로 있기 때문에 실이 빠져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문천도사(蚊川倒沙)는 문천(지금의 남천)의 모래가 너무 부드러워 물은 아래로 흘러가지만 모래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을 이야기한다. 문천은 예로부터 모기내 또는 몰개(모래)내라고 불렀다.

  계림황엽(鷄林紅葉)은 계림 숲의 나뭇잎은 여름에도 가을 단풍처럼 누런색을 띄는 것이 신비롭다고 일컫는 말이다.

  금장낙안(金臟落雁)의 금장은 서천과 북천이 합치는 곳으로 임금이 노닐던 금장대가 있었다. 높은 바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서라벌이 한눈에 굽어 뵈는데, 애기청소 푸른 물에 비치는 전망이 아름다워 날아가던 기러기도 잠시 내려서 쉬어 간다고 해서 붙여졌다.

  백률송순(栢栗松荀)은 소나무는 베더라도 순이 돋아나지 않는데 백률사에 있는 소나무에는 가지를 치면 거기서 새 순이 생겨 나온다는 뜻이다. 다른 이야기로는 백률사의 대나무 숲에서 죽순이 한꺼번에 돋아날 때는 그 모양이 송화가루 날리는 송순과 같은 장관이므로 '백률송순'이라 찬미했다는 말이 있다.

  압지부평(鴨池浮萍)은 안압지에는 부평초가 무더기로 떠다니는데, 뿌리가 땅에 닿지 않은 채 바람에 밀려 다니는 모양이 장관이라 붙여졌다.

  현곡면 나원리에 있는 5층석탑(국보 39호)은 통일신라 전성기때 만든 탑으로, 2층의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을 쌓아 올린 석탑이다.. 이 탑은 이끼가 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서 '나원백탑(羅原白塔)'이라 불렀다.

  불국영지(佛國影池)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과 관련 있다. 날이 밝으면 불국사의 전경이 물에 비치는데, 다보탑만 보이고 석가탑은 비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석가탑을 무영탑이라 부른다는데서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