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전통적으로 산업별 단체협약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고, 전형적인 임금체계는 직무급이다. 최근에는 작업성과와 능률을 평가하여 보상해 주기 위해 성과를 임금체계에 반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24년 과학적 관리의 보급을 목표로 하는 REFA(작업시간측정전국위원회)가 창립되었고, 1940년대 초반에 이미 금속산업에서는 직무를 기초로 한 임금 등급, 직무의 개별 구성요소를 단위로 한 직무등급 평가, 분석적 직무평가 방법 등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1942년 3월 DAF(독일노동전선)와 철강 및 금속산업 대표자들은 교섭을 통해 “철강 및 금속산업을위한 임금그룹 카탈로그(LKEM)를 제시했고, 사용자들은 노조가 배제된 상태에서 과학적인 직무평가절차를 통해 임금을 결정했다. 이 시기 여성 및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높은 미숙련 근로자에 대해서는 개수급을, 전문공에 대해서는 시간급을 적용했다.
노사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직무급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기업은 근로자에 대한 동기부여, 기술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 직무구조의 투명성 등 측면에서 직무급이 유용하다고 보았고, 노동조합에서는 미숙련 근로자의 임금인상 효과, 인적 속성과 무관한 임금결정에 따른 남·여간 균등임금 실현, 임금결정의 과학화를 통한 기업의 자의성 배제 등에 있어서 직무급이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시장 수요의 변동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유연한 생산체계에 대한 요구가 발생함에 따라 더 이상 경직적이고 세분화된 직무급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이 시기에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인하여 직무등급의 하락이 발생하였다. 이에 1979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신임금구조협약에 대한 최초의 교섭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1980년대 대량실업사태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 의제가 전면 부각되면서 임금협약을 위한산별교섭 부진이 지속되었고, 이에 따라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직무급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모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노사는 산별교섭을 통한 통일적 근로조건이란 독일 교섭기반 훼손 상황을 우려하게 되었다.
이에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노사는 신임금구조협약을 위한 탐색적 대화가 시작되었고, 1990년 주 35시간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임금체계 개편이 다시 노사관계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게 된다. 교섭과정에서의 주요 쟁점은 다음의 5가지였다.
첫째, 직무평가의 기준이다. 노사가 직무평가 기준에 대한 의견을 각각 제출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직무평가체계를 개발하여 노사가 합의에 이르렀다.
둘째, 단순노동의 가치 하락 문제다. 전문공의 가치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쉽게 동의했지만,단순노동의 가치 하락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타협의 산물로 출현한 것이 능률급노동자조정임금으로 지나친 가치하락을 방지하도록 조정임금을 통해 임금수준을 조정하였으며, 기본급에는 산입되지 않도록 했다.
셋째, 협약 예시의 지위와 숫자이다. 이전 협약체계에서는 직무평가시에 사업장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약 예시가 제공되었다. 신임금구조협약에서는 예시의 구속력을 강화하였다.
넷째, 능률급, 특히 능률급의 크기 및 결정방법 문제였다. 능률급의 크기와 관련해서는 평균 능률급은 기본급의 15%로, 개별 근로자의 능률급의 범위는 0~30%로 하기로 결정되었다. 또한 능률급 결정방법에 대해서 사용자는 사업장에 더 많은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고자 지표비교법, 판정, 목표협정 등 3가지 방법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노조는 공동결정권이 부여되는 지표비교법만 가능하도록 할 것을 주장했으나, 결국 노사 모두 양보하여 3가지 방법 가운데 2가지 방법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합의 되었다.
다섯째, 비용중립성이다. 사용자들은 교섭 시작부터 신임금구조협약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보장받아야 임금체계 개편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노조가 협약위원회의 찬반투표를 거쳐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결국 2002년 5월 노사는 신임금구조협약의 기본구조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고, 2003년 6월 23일세부적인 사항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여 최초로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신임금구조협약(ERA)이 체결 되었다. 2005년 바이에른 지역을 마지막으로 산별차원의 교섭이 종료되었고, 이후 사업장 내 신임금 구조협약 실현과정이 전개되었다.
기본급은 지역의 단체협약에서 체결한 직무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기본급 산정의 기초가 되는 업무에 대한 평가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평가점수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당초 수 십개에 달하던 직무평가의 요소들은 △지식과 능력, △사고력, △재량권·책임, △의사소통, △관리능력 등 5개로 수정되었다.
신임금구조협약에 따라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간 별도로 운영되던 임금체계는 통합되었다. 기존에 생산직 근로자에만 적용되었던 작업부하가 기본급에서 분리되어 별도의 수당형태로 지급하게 되었고 사무직 근로자도 △신체적 부담, △업무수행의 단조성, △업무수행 환경 등을 평가하여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능률급의 경우, 기존 임금체계에서는 근로자의 직종에 따라 차지하는 비중에 차이가 있었으나, 신임 금구조협약하에서는 기본급 총액에 대한 능률급의 비중이 직종과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정해지게 되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경우 능률급의 규모는 기본급 총액의 15%이며, 개별근로자의 경우 각 개인의 성과에 따라 능률급이 0~30%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신임금구조협약은 사용자의 비용중립성 보장 원칙에 따라 규정된 경과규정으로 인해 협약 이전 고용 근로자와 협약 이후 신규채용된 근로자간 차이가 발생하였다. 협약 이전 고용 근로자의 경우, 협약 적용으로 인해 기존 임금수준이 하락하는 근로자의 임금 손실은 없으나, 임금수준이 상승하는 근로자는 5년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신 협약에서 정한 임금수준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협약 이후 신규채용된 근로자의 경우에는 협약에 따른 임금을 바로 지급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임금수준이 하락한 근로자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비슷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동료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신임금구조협약 체결로 인하여 임금구조의 구성원리가 수정되기는 했지만, 독일은 직무급 임금체계가 근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 때, 노조가 직무급보다는 숙련자격에 기초한 기본급 결정원리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사용자들은 숙련급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을 근거로 반대하여 결국 직무급 체계는 유지된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