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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경제 경영

임금체계의 유형



  여기서의 임금체계는 임금결정체계를 말한다. , 무엇을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되고 조정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임금체계가 단 하나의 기준에 의해 임금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것은 아니고 복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아래의 구분은 어떤 기준이 가장 주된 것이냐에 따른 유형 구분임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여기서의 유형 구분은 임금의 가장 주된 부분(보통기본급이나 기본급에 연동된 상여금 등)이 어떤 기준에 의해 그리고 어떤 방식에 따라 결정되고 조정되느냐 하는 것이다.

 


1) 연공급

  호봉급이라고도 하며 임금의 주된 부분이 근속년수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흔히 근속년수에 따라 더 높은 임금을 규정하고 있는 소위 호봉표를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연공급은 우리나라의 지배적인 임금체계이고 과거 일본 역시 연공급이 주된 임금체계였다.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공공부문의 일부 직종 등 매우 제한적으로만 존재한다.

 

  연공급 체계 하에서 임금조정은 전체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임금인상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근속년수의 증가에 따라 이루어진다. 물론, 승진이나 다른 호봉표를 적용받는 직군으로의 이동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연공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연공형 임금제도, 즉 승진 등에 따른 임금조정 외에 근속년수에 따른 자동적인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연공급 임금체계의 장점으로는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그에 따라 숙련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속년수에 따라 생산성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경우 일정 연령 이후에는 임금수준과 생산성의 괴리가 커져 오히려 기업입장에서는 고비용을 초래하여 조기퇴직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연공급 임금체계가 강력한 고용보장과 결합할 경우 숙련형성의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고 이는 기업의 신규채용(연공급과 고용보장을 받는 정규직으로의)을 기피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산업화 초기에 급속한 시장의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창출되는 시기에, 즉 근로 조건이 더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 기회가 클 때 이직을 방지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는데 적합할 수 있으나 산업화가 진전되고 고도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이 더 클 수 있다.

 


2) 직무급

  임금의 주된 부분이 직무의 특성(난이도, 업무강도, 책임의 정도, 요구되는 기술 등)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체계를 말한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의 가장 대표적인 임금체계로 볼 수 있다. 직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누가 그 직무를 수행하든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직무의 변화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임금조정도 없으며(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일률적 임금인상의 경우 제외) 상위 직무로의 이동이 있어야 인상되는 것이 원칙이다.

 

  직무급은 과거 산업화 초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분업과 전문화에 따른 효율성을 중시하던테일러-포드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생산의 양과 질(채탄량 또는 생산품의 갯수 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개수급(piece-rate)을 대체하면서 형성된 임금체계이다.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각각의 직무에 대해 직무분석과 직무평가를 거쳐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매칭시키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자의적인 임금결정이 아닌 객관화된 직무의 특성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기때문에 임금차별 소지가 적으면서 미숙련, 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공정한 대우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동계에서 선호해 왔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직무가치에 따라 보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차별관련 입법이 강화되면서 활용도가 증가해 왔다. 직무와 보상이 연계되므로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임금체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의 시장수요 변화, 작업장 혁신에 따른 유연한작업체계, 직무능력과 성과 등 근로자의 속인적 특성의 중요성 대두 등에 따라 순수한 직무급보다는 직무능력이나 성과 등을 가미한 변형된 직무급이 늘어나고 있다.

 



3) 직능급

  숙련급이라고도 하며, 근로자의 직무능력 또는 숙련 정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체계이다. 따라서, 임금조정도 기본적으로 직무능력이나 숙련의 향상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게 된다. 통상 직무능력이나 숙련이 근속년수에 따라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직능급도 어느 정도 연공성을 갖게 된다.다만, 연공급이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데 반해 직능급은 직무능력이나 숙련의 향상이 있어야만(훈련이수, 자격 취득, 그밖의 평가기준에 따른 인정 등) 임금인상이 이루어진다.

 

  직능급은 전통적으로 노조에서 선호하는 임금체계였는데, 특히 노사협력이 잘 되고 노조가 직업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에서 선호도가 높다. 훈련이수나 자격취득 등 직무능력이나 숙련의 향상은 객관적인 기준이 되므로 근로자간 임금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고 사용자의 자의적 임금결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무능력 향상이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특별히 없다.

 

  그러나, 순수하게 직무능력이나 숙련의 정도만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순수 직능급 사례는 많지 않으며 직능급을 도입하더라도 직무급 등 다른 임금체계와 혼합되어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60년대 일본에서 연공급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직능급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적이 있다. 연공급의 경직성을 극복하면서 숙련형성을 통한 장기근속의 유인을 주고자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직무능력 평가가 연공서열 위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연공급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90년대 이후에는 아래에서 보는 역할급이라는 대안적 임금체계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한편, 전통적으로 노조의 직업훈련 참여가 활성화된 독일의 경우 기본적으로 직무급 체계이나 훈련, 자격, 숙련 등의 요소를 임금에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다.

 

4) 역할급

  역할급은 주로 일본에서 연공급 및 직능급의 대안으로 등장한 임금체계로서 직무와 성과를 강화한 것이다. 일본식 직무급으로 이해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부가가치는 근로자의 역할과 성과에 의해 창출되는 것으로 보면서 우선적으로 역할등급을 정하고 역할등급별 임금구간을 설정한 후 역할에 대한 이행 정도, 즉 성과에 따라 임금이 최종 결정되는 체계이다.

 

  여기서의 역할이란 직무급에서의 직무와는 차이가 있는데, 조직 내에서 해당 직위 또는 직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수행해야 할 책임, 미션 등을 의미한다. 직무급에서의 직무와 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속인적 특성까지 고려하여 유연하게 설정될 수 있다는데서 차이가 있다.

 

  일본의 역할급은 관리직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생산직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할급이 등장하게 된 가장 주된 배경은 과도한 연공성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연공급에서 직능급으로 변화가 있었으나 직능급이 연공급화 되면서 이러한 가능성을 가급적 줄이려는 동기에서 역할급이 대두된 것이다. 노조나 근로자들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기업이 고용보장을 약속하였고 종업원을 중시하는 기존의 일본식 HR 전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직무급 전환과 같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공성 완화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역할급 하에서 임금조정은 역할의 이행 정도, 즉 성과와 관련되며 근속년수에 따른 자동 임금인상은 없다. 다만, 성과가 저조할 경우 감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 일본에서 유행하던 직능급과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역할이 변경되면 그에 따른 임금조정도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

 


 5) 성과급

  성과급을 하나의 독자적인 임금결정체계로 보기는 어렵다. 순수하게 성과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별로 없기 때문이다(과거 개수급이 해당될 수 있고, 근로자성 문제는 있으나 보수체계로만 보면 보험계약 실적에 연계되어 보수가 결정되는 보험외판원이나 성적에 따라 매년 연봉이 조정되는 프로운동선수 등의 사례가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성과급은 임금의 결정 측면보다는 조정 측면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임금조정(인상)을 성과에 따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연공급, 직무급, 직능급, 역할급 등 다양한 임금체계 하에서 임금조정 수단으로 성과급이 주로 또는 보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성과급은 기존 임금체계 하에서 별도 항목으로 정할 수도 있고(성과급을 별도 임금항목으로 정하고 성과평가에 의해 성과급 수준을 결정), 기존 임금체계의 틀 내로 편입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 기존 임금체계 내로 편입할 경우는, 예를 들면 호봉제의 경우 성과에 따라 호봉승급을 차등하거나 직무급의 경우 직무등급에 임금구간(pay band)을 설정하여 성과에 따라 임금구간 내에서 임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성과급의 한 형태로 성과연봉제가 있는데, 독자적인 임금체계는 아니고 성과에 따른임금조정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어 연봉을 조정하는 방식인데, 보통 기본 연봉과 성과연봉으로 구성된다. 기본연봉은 성과와 직접 연계되지 않은 고정적인 부분을 말하고 성과연봉은 성과에 따라 가변적인 부분을 말한다.

 

  성과연봉의 증액분 또는 감액분을 다음 해 기본연봉 또는 성과연봉에 포함하는지 아니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포함시키는 누적식과 포함시키지 않는 비누적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누적식이 비누적식에 비해 전체 연봉의 변동폭이 크게 되고 근로자들간 더 큰 연봉차이를 초래하게 된다.



6) 요약

  지금까지 연공급과 대안적 임금체계인 직무급·직능급·역할급, 그리고 성과급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대안적 임금체계는 직무, 직능, 역할, 성과 등 임금결정요인 중 어느 하나에 배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이러한 최근의 경향을 감안하여 연공급 임금체계와 직무급 등 대안적 임금체계를 단순도식화 해보면 아래와 같다. 아래 그림에서 임금구간(pay band)을 설정한 것은 인사운영의 유연화, 성과주의 강화 등에 따라 직급·직위를 통합하고 임금조정의 폭을 확대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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