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매장 내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최근 고조된 건강에 대한 인식과 금연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마케팅 팀장에 의하면 담배냄새가 커피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고유의 고급스런 유럽풍 커피향이 매장에 퍼지도록 하기 위해 인공향의 커피도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타벅스에는 헤이즐넛 커피가 없다.
냄새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점심시간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맡게 된 김치찌개 냄새에 이끌려 발길이 옮겨지기도 한다. 아침에 빵집 앞을 지나며 맡게 되는 갓 구운 빵의 향기는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향기도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된다.
냄새에 전혀 신경을 쓸 것 같지 않은 페인트 업계에서도 마케팅 전략은 이루어지고 있다. 노루표 페인트는 수성페인트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12가지의 원하는 향기 중에 선택해 이를 넣어주는 아로믹스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고객이 '컴퓨터 자동 조색 시스템'이 설치된 전국 150여 개 매장을 방문하면 자극이 없는 12가지의 향과 색상 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첨가한 페인트를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최근 들어 페인트를 구입해 직접 도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향기마케팅을 강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한 펄프도 2004년 6월 두루마리 화장지인 깨끗한 나라 카모마일을 출시하면서 향기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640만 개가 팔려 3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힘을 얻어 피부진정 효과를 가진 카모마일향이 첨가된 아기 물팃 보솜이 카모마일도 출시하는 등 잇따라 천연향이 첨가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향기마케팅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베스킨라빈스는 매장에 초콜릿향과 페퍼민트향을 도입하고 매출과의 관계를 조사해보았다. 그 결과 향기마케팅을 도입한 후 1일 평균 매상이 40% 증가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도 지하 식품부에 냄새 제거제와 샤넬향 등을 사용하여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며, 각 매장들이 고유의 독특한 향기를 사용한 결과 매출신장을 보였다고 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는 전국 13개 상영관에서 편백나무향을 이용한 '산림욕 공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이라는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심신에 좋은 향기를 뿌려주는 것이다. 영화관의 경우는 이 외에도 표를 파는 곳이나 로비에 팝콘향을 뿌리면 팝콘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런던의 한 나이트클럽은 클럽 내부와 입구에 페로몬을 뿌린 후 손님들의 '왠지 느낌이 좋아졌다'는 반응과 함께 실제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호주의 멜버른에 있는 프로리진은 향기가 없는 꽃에 새로운 향기를 첨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기를 첨가한 꽃은 일반 꽃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지만 향기 덕분에 인기가 좋아 매출 역시 2배로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는 구운 빵 냄새를 풍겼더니 슈퍼마켓 내 빵 가게의 매출이 3배나 증가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빵 코너는 갓 구워낸 빵 냄새가 매장 전체에 퍼지도록 하기 위해 오븐이나 진열대를 출입문이나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일자형으로 배치한다고 한다.
향기마케팅의 장점은 무엇일까?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점차 제품 자체의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제품의 감성적인 차원에서 차별화 수단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인 시장 환경이 되어버렸다. 특히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심신의 피로를 치유할 수 있는 자연향을 이용한 향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높아진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향기와 가장 관련이 깊은 화장품 업계에서 인공향 및 첨가물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향기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었다. 소비자들은 이제 스스로 몸에 좋은 향기와 해로운 향기를 구분하고 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외에도 향기는 신뢰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병원과 같은 곳은 일단 쇼핑몰과 달리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곳이다. 또한 병원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에 왠지 불안감마저 든다. 이럴 때 좋은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환자에 대한 배려에 신뢰감마저 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향기와 병원 사이에 연상작용이 생겨 부가적인 효과들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소독약 냄새로 가득한 병원은 크게 줄어든 것 같다.
향기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향기마케팅은 분명 새로운 감성마케팅 전략이 되는 좋은 도구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지금까지 청각과 시각을 활용한 전략은 많이 개발되고 발전되어 왔지만, 이 외의 분야는 아직도 발전의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후각의 경우는 무의식에 대한 강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고,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지속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후각은 아직까지 그 종류나 강도가 정리되어 있지 않고, 사람들 개개인이 느끼는 차이도 크기 때문에 활용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아무리 시각적인 호소력이 강한 광고라도 반드시 멋진 크리에이티브만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듯이, 단순히 향기에만 그치지 말고 후각이라는 관점의 활용을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마케팅에 사용될 수 있는 향기가 장미향이나 자스민향과 같이 우아하고 좋은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 엄마의 따뜻함이 느껴지고, 시골길을 걸으면서 맡게 되는 거름냄새가 멀리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듯이, 다양한 차원을 고려한 전략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컨셉을 가지고 향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앞서 병원의 예에서 간단히 설명한 바와 같이 향기도 특정 대상에 대한 연상을 형성한다. 빵집에서는 아무리 좋은 꽃향기가 인공향이라도 오히려 미각을 떨어뜨리고 전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이처럼 제품의 특성이나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는 향기를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다른 감각적인 자극들이 그러하듯이 향기 역시 매우 주관적인 요소다. 특히 농도나 종류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 차이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발췌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1980년대부터 구매심리, 노동심리에 영향을 주는 '사이코 향(Psycho Perfume)' 산업이 발전해왔다. 단순히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외에도 편안함이나 생산성을 유도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성과도 얻은 것으로 평가한다.
후각신경은 시상이라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뇌로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감각이다. 감정과 기억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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