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에 따라 다른 의약품 보관법
집에 상비약을 갖추고 있다면, 지금 한 번 꺼내보도록 하자. 어떨때에 사용하는 약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약을 모두 어떻게 보관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 약들에도 사용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훨씬 더 적다.
의약품 용기의 이유 있는 개성
의약품 용기를 보면 포장부터 색깔, 재질이 제각각이다. 어떤 약은 하얀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고, 어떤 약은 어두운 갈색 유리병에 담는다. 또한 반짝이는 판에 여러 개가 나란히 담겨 있는 약들도 있다. 똑같은 플라스틱 용기도 모양이나 재질이 조금씩 다르고, 똑같은 알루미늄 판도 반짝거리는 정도가 다르다.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의약품 용기의 모양새나 성질이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약들의 포장이 다른 까닭은 보관 환경이 모두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약품은 각자 고유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약은 직사광선에 쉽게 변하고, 어떤 약은 습기나 열에 약하다. 같은 분야의 의약품이라고 해도 성분에 따라서 취약점이 다 다른 것이다. 때문에 열에 약한 약들은 단열 성질의 포장을, 빛에 약한 약들은 차광 성질의 포장을 하여 약의 변질을 막는다. 의약품의 독특한 포장은 모두 의약품 보존의 고민의 결과인 셈이다.
모든 의약업체는 의약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시험 검사를 통해 보관조건을 결정하고 관리법을 만든다. 더불어 보관 장소의 온도와 습도, 판매 기간, 개봉 후 사용 가능 기간까지도 시험연구를 통해 산출한다. 이 내용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포장용기나 의약품 사용설명서에 표시된다. 의약품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고 안전하게 투약하기 위해서는 이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성질별로, 종류별로 각양각색인 의약품의 보관법과 올바른 사용 기간을 알아보자.
뜯는 재미 뒤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블리스터 포장
뜯을 때마다 경쾌한 소리를 내는 판자 모양의 약품 용기는 모두에게 익숙할 것이다. 이것은 정제나 캡슐을 담을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블리스터(또는 PTP: Press through pack) 포장이다. 이 포장은 한 번에 사용할 양 만큼만 개봉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포장 방법이다. 특히 개별 밀봉이 가능하기 때문에 습기와 열에 약한 의약품의 낱개 포장에 주로 사용된다. 용기 뒷면이 알루미늄 재질인 포장도 있는데, 이 알루미늄 재질은 빛을 차단하기 위한 차광 장치 역할을 한다. 블리스터 포장은 보관과 휴대가 편리하고, 습기와 온도, 빛에 의한 변색과 변질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블리스터 포장 의약품은 포장상태 그대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에 필요한 양 만큼만 개봉해서 투약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데, 약국에서 의약품을 조제할 때, 환자가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이 블리스터 포장을 뜯어서 다른 의약품과 합쳐 약봉지에 넣어주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의약품의 물성을 고려한 포장이 요구된다. 충격에 약한 의약품은 블리스터 포장이 아닌 경우 부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습기나 빛에 약한 의약품은 변색과 변질로 약효 성분이 분해될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습기로부터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용기간을 확인해 주세요, 안약
어떤 의약품들은 사용기간을 두 번 생각해야한다. 안약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안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표기된 사용기간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했을 때의 사용기간을 지칭한다. 즉, 우리가 실제로 안약을 개봉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번 안약을 개봉하면, 사용기간은 현저히 짧아진다. 대부분 개봉 후 사용기간은 안약 구매시 첨부된 문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적혀 있으므로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개봉후 사용기간이 별도로 적혀 있지 않는 경우라도 1개월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이렇게 표기된 사용기간과 실사용기간이 다른 의약품의 경우, 용기에 개봉 날짜와 개봉 후 사용할 수 있는 날짜를 같이 적어두면 훨씬 안전하게 투약할 수 있다. 1회용 안약의 경우, 사용 후 남은 약은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좋다.
가루일 때 다르고 녹았을 때 다르다, 시럽제 및 액제
여러 번에 걸쳐 복용하는 시럽제나 액제의 경우에도 포장용기에 기재된 사용기간은 개봉전 상태에서의 보관 사용기간이다. 따라서 개봉 후에는 사용상 주의사항을 확인하여 보관 방법을 따르고 사용 날짜를 체크해 봐야 한다. 이런 시럽제나 액체는 흔히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약품별 보관 조건을 꼭 확인해야 한다. 실온에서 보관하는 시럽제도 존재하며, 이런 실온 보관 시럽제는 냉장보관을 하게 되면 침전물이 발생하거나 약층이 분리되어 약효에 영향을 줄 수가 있다. 건조시럽은 시럽 조제 전의 건조가루 상태와 물에 녹인 후 시럽제가 보관조건이 다르므로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이 부분 역시 사용상 주의사항을 참고하면 저장방법과 사용기간을 준수할 수 있다.
자, 다시 한 번 꺼내둔 상비약들을 훑어보자. 각기 다르게 포장된 의약 용기들을 한곳에 보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의약품 설명서를 찾아서 사용상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읽어보자. 만약 조건이 다르다면 각자의 의약품에 알맞은 제자리를 찾아주도록 하자. 투약시 각 의약품의 보존기간을 기억해낼 자신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의약품 용기마다 사용가능한 날짜를 체크하여 적어두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16년 9월 열린마루-생활 속 식의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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