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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야구에 미친 대만, 화폐를 보면 알수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폐에는 보통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 역사적인 건축물, 혹은 희귀 동식물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갑을 열었을 때 역동적인 '스포츠' 장면이 그려진 지폐가 나온다면 어떨까?

 

스포츠 도안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실제 화폐에 들어가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하지만 '야구에 미친 나라' 대만을 비롯해 몇몇 국가들의 지폐를 살펴보면, 스포츠가 그 나라의 정체성과 얼마나 깊게 맞닿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힌트가 숨겨져 있다.

 

1. 대만 500달러 지폐 속의 '어린 야구선수들'

 

대만 지폐 중 500타이완달러(NT$)의 뒷면을 보면 아주 흥미로운 그림이 있다. 우승의 기쁨에 환호하며 모자를 던지는 어린 소년 야구단의 역동적인 모습.

 

이들은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 대만 타이둥현에 있는 난왕(南王)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다.

 

1998년, 열악한 환경을 딛고 리틀야구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대만 전역에 큰 감동을 주었던 이 소년들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실제 화폐 도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특정 위인이나 프로 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 유소년 야구팀을 지폐에 새겼다는 것 자체가, 대만 국민들이 야구를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가적인 자부심이자 '국기(國技)'로 여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만하다.

 

 

 

2. 2024 프리미어12 우승, "국대 야구팀을 화폐로!"

 

대만의 유별난 야구 사랑은 얼마 전 다시 한번 지폐를 통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2024년 11월, 대만 국가대표팀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최강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서 "현재 500달러 지폐의 유소년 야구팀을 이번 프리미어12 우승 국가대표팀으로 바꾸자"는 법안과 제안이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에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은 2024년 12월 31일, 우승 기념 특별 전시회에 참석해 프리미어12 우승팀의 이미지를 담은 기념 지폐와 주화 발행 계획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상태다. 그야말로 야구 우승의 쾌거가 국가 화폐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다.

 

 

 

3. 지폐에 스포츠를 새긴 또 다른 나라들

 

기념 화폐(한정판)가 아니라, 대만의 500달러처럼 대중들이 매일 물건을 사고팔 때 쓰는 실제 통용 화폐에 스포츠를 새겨 넣은 나라들은 또 어디가 있을까?

 

www.mas.gov.sg

 

① 싱가포르 10달러 (다양한 생활 스포츠)

 

싱가포르의 10달러 지폐(플라스틱 폴리머 재질) 뒷면은 그야말로 종합 스포츠 축제의 장이다. 축구, 수영, 배드민턴, 육상, 요트 등 총 5가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스포츠(Sports)'를 테마로 발행된 지폐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국민성을 장려하고 스포츠를 통해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의 화합을 다지겠다는 의미를 품었다는 설명이다.

 

 

en.numista.com

 

② 케냐 20실링 (육상 강국의 자부심)

 

마라톤과 육상 장거리의 절대 강자인 케냐.

 

과거에 사용되던 케냐 20실링 지폐(1996년 발행본 등) 뒷면에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이 국제 스포츠 센터(Moi International Sports Centre)의 전경과 함께 트랙을 힘차게 달리는 육상 선수의 모습, 그리고 올림픽 메달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케냐가 세계 육상계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와 자부심을 지폐에 당당히 기록한 사례다.

 

 

www.numiscorner.com

 

③ 핀란드 10마르카 (전설의 '플라잉 핀')

 

핀란드가 유로(Euro)화를 도입하기 전 사용했던 10마르카(Markka, 1986년 시리즈) 지폐에는 핀란드 스포츠의 영웅이 등장한다.

 

지폐 한 면에는 1920년대 올림픽 육상 장거리 종목을 휩쓸며 금메달 9개를 목에 건 전설적인 주자 파보 누르미(Paavo Nurmi)의 초상이, 반대쪽에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이 열렸던 헬싱키 올림픽 스타디움의 장엄한 전경이 새겨져 있었다. 화폐에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와 그 영광의 무대를 동시에 담아낸 경우다.

 

 

국가를 대표하는 화폐에 스포츠 영웅이나 경기 장면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 종목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국민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하나 된 열정을 상징하는 강력한 문화적 유산임을 가장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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