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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도난으로 인한 주목도가 인기로 이어지는 기묘한 역설

지난 주말, 세계 예술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침 개장 30분이 지난 시간 사다리차를 이용해서 7분여 만에 프랑스 왕관 보석 8~9점가량을 훔쳐 달아난 사실은 놀라움과 황당함까지 동반하는 충격이다.

 

사실 박물관 도난 사건은 단순히 값비싼 물건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다. 이 소식이 곧바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도, 값을 매기기 힘든 인류의 유산이 사라진다는 지탄과 우려, 그리고 미스터리한 호기심이 뒤섞이며 엄청난 파급력을 낳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기묘한 역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난을 시도당했거나 실제로 도난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작품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도난'이라는 극적인 사건이 작품의 '주목도'를 높이고, 이는 곧 '인기'로 이어지는 현상 말이다.

 

 

amp.cnn.com

 

'모나리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진 도난품

 

이 역설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루브르 박물관의 아이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직원을 사칭한 이탈리아인 빈센초 페루지아가 대낮에 <모나리자>를 훔쳐 달아났다. 이 사건은 발생 직후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모나리자>의 이미지는 신문과 잡지에 끊임없이 복제되었다.

 

비록 약 2년 만에 작품은 회수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모나리자>는 단순한 미술사적 걸작을 넘어 '도난당했던 그림'이라는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얻게 되었다. 이 도난 사건은 <모나리자>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는 독보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작품 자체의 가치를 넘어선 '브랜드'처럼 작용하게 만들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난'이 '인기'를 견인한 사례도 있다. 1990년 3월 18일,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는 경찰 제복을 입은 범인 두 명이 침입하여 렘브란트, 베르메르 등 명화 13점을 절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가치로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 절도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었지만, 이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대부분 미회수 상태다.

 

범인 몽타주 / dustyoldthing.com

 

이 사건은 "행방불명된 걸작들의 미스터리"라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만들어냈다. 거액의 보상금, 그리고 미술관이 도난당한 작품 자리의 빈 액자만을 남긴 채 전시를 유지하는 기이한 모습은 대중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결국 이 사건은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서적의 소재가 되었고, 도난당한 작품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유명세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짧은 해프닝 속의 주목도 상승: 상파울루 미술관 사례

 

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에서 2007년에 발생한 사건 역시 흥미롭다. 3명의 침입자가 단 3분 만에 피카소와 포르티나리의 작품 두 점을 훔쳐 달아난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다행히도 몇 주 만에 브라질 경찰에 의해 작품들이 회수되었다. "3분 만에 걸작을 훔쳤다"는 경이로운(?) 수법과 "단기간 회수"라는 해프닝이 결합되면서, 미술관과 관련 작품들은 이전보다 훨씬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돌아온 브뤼겔의 그림 / www.theguardian.com

 

또한 1974년 폴란드에서 도난당했던 네덜란드 화가 피터 브뤼겔(Pieter Brueghel the Younger)의 회화가 반세기 가까이 지난 후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발견되었을 때도 "잃어버린 걸작의 극적인 귀환"이라는 미디어 스토리가 형성되며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폭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물관 도난 사건은 초기에는 우려와 지탄을 받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스터리, 극적인 서사, 그리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라졌던 (혹은 사라질 뻔했던) 작품들을 이전보다 훨씬 대중적인 존재로 탈바꿈시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역설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예술품 도난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며,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라진 작품 역시 아무런 훼손 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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