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들려오면 우리 머릿속에는 마치 공식처럼 '파전에 막걸리'가 떠오른다.
지글지글 전 부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 습하고 기압이 낮은 날 밀가루 음식이 당긴다는 과학적인 설까지. 이유야 어찌 됐든, 비와 음식의 이 특별한 연결고리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문화가 아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궂은 날씨가 주는 헛헛함과 스산함을 달래줄 특별한 '비 오는 날의 소울 푸드'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 빗소리를 닮은 전과 막걸리
우리나라에서 비 오는 날의 절대 강자는 단연 파전(또는 김치전, 감자전)과 막걸리다. 기름 위에서 밀가루 반죽이 익어가는 '지글지글' 소리가 창밖의 빗소리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청각적 쾌감을 준다. 여기에 쌀로 빚은 구수한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궂은 날씨의 꿉꿉함은 어느새 운치와 흥으로 바뀌곤 한다.
이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이 깊게 밴 하나의 문화적 의식과도 같다.

필리핀 : 아픈 몸을 달래주는 닭죽, '아로즈 칼도(Arroz Caldo)'
필리핀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몸이 으슬으슬할 때 찾는 대표적인 컴포트 푸드는 바로 '아로즈 칼도'다. 쌀을 닭 육수에 푹 끓여 만드는 이 요리는 우리의 닭죽과 매우 유사하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생강과 마늘, 파를 듬뿍 넣어 몸을 따뜻하게 덥히는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
든든한 쌀과 부드러운 닭고기, 그리고 몸을 덥혀주는 향신료의 조합은, 비 오는 날의 축축한 한기를 몰아내고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최고의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인도 & 방글라데시 : 몬순의 맛, '파코라'와 '키추리'
길고 긴 우기, 즉 몬순 시즌을 겪는 인도 아대륙에서 비 오는 날의 음식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몬순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인도 가정집과 길거리 노점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기름 끓는 냄새가 진동한다. 감자, 양파, 콜리플라워 등 다양한 채소를 병아리콩 가루 반죽에 묻혀 바삭하게 튀겨낸 '파코라(Pakoras)'를 만들기 위해서다.
바삭하고 고소한 파코라 한 접시에, 생강과 향신료를 넣어 진하게 끓인 '마살라 차이(Masala Chai)'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은 인도인들이 몬순을 즐기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비 오는 날의 '국민 음식'은 '키추리(Khichuri)'다. 쌀과 렌틸콩에 강황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함께 끓여낸 이 요리는, 부드럽고 든든하며 소화가 잘 되어 궂은 날씨에 지친 몸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보통 기름에 튀긴 생선이나 가지 튀김(텔레바자, Telebhaja)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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