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유명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큰 충격을 주었다. 그를 저격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이 체포되며 여러가지 의혹과 루머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저격에 사용된 탄의 탄피도 화제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는 “어이, 파시스트. (총알을)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고 적혀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아마도 로빈슨이 직접 기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탄피의 바닥 면에 각인된 문자, 숫자, 기호를 통틀어 '헤드스탬프(Headstamp)'라고 부르는데, 해당 탄약의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중요한 식별 표식이기 때문이다.
1. 왜 탄피에 문양을 새기는가? - 헤드스탬프의 역할
헤드스탬프는 크게 네 가지의 중요한 목적을 가진다.
① 제조사 식별 (Manufacturer Identification) -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어느 회사에서 이 탄약을 만들었는지를 명확히 하여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예: W-W는 윈체스터, FC는 페더럴)
② 제원 정보 표시 (Specification Information) - 탄약의 구경(Caliber)과 규격에 관한 표시다. 예를 들어 '9mm LUGER', '.308 WIN'과 같이 각인하여, 사용자가 자신의 총기에 맞는 탄약을 정확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③ 생산 이력 관리 (Production History Management) - 생산 연도를 두 자리 숫자로 표기하여(예: 25는 2025년 생산), 특정 생산 단위(Lot)의 이력을 추적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만약 특정 생산분에서 불량이 발견되면, 이 생산 연도를 기준으로 신속하게 리콜 조치를 할 수 있다.
④ 법적·군사적 목적 (Legal & Military Purposes) - 범죄 현장에 남은 탄피의 헤드스탬프는 수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또한, 군용 탄약의 경우 특정 규격을 충족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전장에서 발견된 적군의 탄피를 통해 어느 국가에서 보급을 받는지 등의 군사 정보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2. 세계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문양 (헤드스탬프)
수많은 탄약 제조사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헤드스탬프를 사용하며 브랜드를 알린다.
① NATO 크로스(The NATO Cross - ⊕)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시그니처 문양'이다. 특정 제조사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용 탄약 표준 규격을 통과했음을 증명하는 인증 마크다.

원 안에 십자가가 있는 이 문양이 새겨진 탄약은, 제조 국가가 다르더라도 모든 NATO 회원국 군대의 총기에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보증한다. 이는 동맹국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상징하는, 단순한 문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② 윈체스터(Winchester, 미국)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상징과도 같은 윈체스터는 WINCHESTER 또는 W-W(Winchester-Western)라는 헤드스탬프를 사용한다. 이는 150년이 넘는 미국 총기 역사의 클래식한 상징으로 여겨진다.
③ 페더럴 프리미엄(Federal Premium, 미국)

미국의 법 집행기관과 민간 시장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FEDERAL 또는 FC(Federal Cartridge)라는 헤드스탬프를 사용한다. 높은 신뢰성과 일관된 품질을 상징한다.
④ 셀리어 & 벨롯(Sellier & Bellot, 체코)

1825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탄약 회사 중 하나다. S&B라는 헤드스탬프는 200년에 가까운 유럽의 전통과 품질을 대표하는 문양이다.
⑤ PMC / 풍산 (Poongsan,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탄약 제조사이자 세계적인 수출 기업인 풍산은, 민수용 탄약에 PMC(Poongsan Metal Corporation)라는 헤드스탬프를 사용한다. 이는 K-방산의 우수한 품질을 상징하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문양 중 하나다.
이러한 헤드스탬프는 범회 현장의 결정적 증거가 되기도 하고 전쟁터의 숨은 정보로 기능한다.
총을 발사할 때, 공이(firing pin)와 탄피 배출구(ejector)는 탄피 바닥에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은 총기마다 고유하여 그야 말로 '총의 지문'과도 같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 남은 탄피의 헤드스탬프와 이 흔적을 분석하여, 어떤 종류의 탄약이 어느 총기에서 발사되었는지를 특정해 범인을 추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남긴 탄피의 헤드스탬프를 분석한 결과, 특정 연도에 생산된 탄약이 집중적으로 사용되거나, 북한 등 제3국에서 제조된 탄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적군의 보급 상황과 동맹 관계, 무기 재고 등을 파악하는 귀중한 정보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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