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타선생도 몰랐던 황달 치료제, 쑥
중국의 어느 지방에 얼굴색은 마치 생강같이 노랗고, 눈은 쑥 들어가고, 비쩍 마른 한 병자가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짚은 채로 힘들게 명의 화타를 찾아왔다.
“의원님, 제 병을 좀 고쳐 주십시오.”
화타가 보니 그가 황달에 걸려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황달을 치료할 수 있는 의원은 한 분도 없습니다. 저도 방법이 없군요.” 병자는 화타마저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서 대단히 실망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아무런 방도도 찾지 못하고 죽기만을 기다린채 반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화타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황달에 걸렸던 병자를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 병자는 오히려 얼굴색이 전보다 좋아지고 병도 나은 것 같았다. 화타는 깜짝 놀라 물었다.
“당신의 병을 어느 의원이 치료했습니까? 그에게 가서 저도 의술을 더 배워야겠습니다.”
“전에 선생님을 뵌 후로는 의원에게 찾아간 적이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나았습니다.”
화타는 믿지 못하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어떤 약을 먹었습니까?”
“아무런 약도 먹지 않았습니다.”
화타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었다.
“초봄에 양식이 떨어져 산에 있는 풀을 뜯어 먹으며 살았지요.”
“맞아! 바로 그거야! 풀에는 약 성분이 들어 있어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치료된 거요. 저에게 알려 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어떤 풀을 먹었고, 또 얼마나 먹었는지”
“이름은 모르지만, 대충 한 달 가까이 먹었습니다.”
화타는 그가 도대체 어떤 풀을 먹었는지 알고 싶어 그와 동행하여 산에 올라 보니 그 풀이 바로 쑥이었다. 화타는 그 쑥을 캐다가 황달에 걸린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그러나 병이 나아지는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화타는 그 황달 환자가 약초를 잘못 알려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그를 방문했다.
“당신이 정말 이 쑥을 먹었습니까?”
“맞아요! 바로 이 풀이예요. 틀림없어요.”
그 사람이 확신하며 말했다. 화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당신이 언제 쑥을 먹었지요”
“음력 3월경이지요.”
“그렇군! 춘삼월에는 만물이 생기를 충만하게 받지. 맞아! 3월의 쑥이 효과가 있는 거야.”
이듬해 춘삼월, 화타는 쑥을 뜯어 황달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그러자 환자의 병 상태가 점점 호전되었다. 화타는 황달에 쑥이 효과를 보여 기쁘긴 했지만 한가지 의구심이 남았다.
‘왜 봄이 지난 쑥은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화타는 쑥의 약효를 조사하기 위하여 매년 시험을 해보았다. 달마다 채집한 쑥의 뿌리, 줄기, 잎을 구분하여 보관하고 환자에게 복용시켰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쑥 새싹의 잎과 줄기가 황달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한 토종약초, 쑥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마늘과 쑥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쑥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식용으로 이용해 온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쑥의 종류는 무려 40종에 이르고 생김새 또한 매우 다양하다.
참쑥, 비쑥, 물쑥, 넓은 잎 외잎쑥, 사철쑥, 제비쑥, 가는 잎 쑥, 그늘쑥, 구와쑥, 개똥쑥, 개사철쑥 등 쑥은 독특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이토록 우리에게 친숙한‘쑥’은 어떤 효능이 있을까?
쑥은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두통의 최대의 적인 습관성 설사를 개선해주고, 가볍게 달인 쑥 차는 변비에 효과적이다. 흔히 배가 찬 사람들에게 유용한 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쑥은 여성의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자궁의 출혈 및 보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쑥을 먹고 웅녀가 됐다는 것도 쑥과 여성 건강 간의 깊은 관련성을 보여 준다.
남성들에게는 잦은 술자리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간염성 식욕부진과 피로감, 간 기능 저하의 해소를 도와 체력을 개선해준다. 이처럼 쑥은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명약이 아닐 수 없다. 쑥에는 비타민A, B₁, B₂, C와 철분, 칼슘, 칼륨, 인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쑥의 독특한 향기는 치네올이란 정유(精油) 성분 때문에 난다. 한방에서는 쑥을 ‘애엽(艾葉)’이라 부르고 있으며, 맛이 쓰면서 맵고, 성질이 따뜻해 신장과 간장 등 장기 기능 강화에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유파틸린, 자세오시딘과 같은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지면서 암 예방, 노화 지연, 아토피 치료 등 다양한 효능을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쑥은 달여서 먹는 것뿐만 아니라 외용적으로 바를 수도 있다. 벌레 물림, 베인 상처에는 어린잎을 잘 비벼 즙을 내어 환부에 바르면 그 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습진, 가려움증, 여드름, 땀띠에 말린 쑥을 가루로 빻아 현미 식초에 개어 상처에 발라주면 좋다. 이 밖에도 말린 쑥을 자루에 넣어 욕조에 띄워 목욕을 하면 땀띠나 풀에 긁혀 부푼 데에 좋고, 어깨 결림, 요통, 신경통, 류마티즘 등의 통증을 덜어주며 손발이 찬데도 효과가 있다.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봄나물로 흔히들 냉이와 달래를 들겠지만 가장 으뜸으로 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쑥이다. 쑥은 다른 봄나물보다 향이 진해서 어린 쑥 잎을 나물로 먹으면 입안에 봄 향기가 가득하다. 이처럼 쑥은 식품으로써도 탁월하다. 특히 된장을 풀어 냉이와 쑥을 넣은 쑥국은 겨울철 떨어진 입맛을 돋우며 나른한 봄철에 향긋한 쑥의 향은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또한, 쑥과 쌀을 이용해 만든 쑥떡은 쌀에 부족한 칼슘을 쑥이 보완해줘 환상의 음식 궁합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쑥 머핀을 만들어서 먹여도 영양 만점인 퓨전 식품이 된다.
새로운 가치창조, 손쉬운 재배기술
쑥은 예로부터 한방의 중요한 약재로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에서 오늘날에는 다양한 산업 제품으로까지 새로운 자원의 소재 가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쑥의 산업 제품은 살충효과에서도 탁월하여 쑥 이불, 쑥 베게, 비누, 향수, 한방샴푸 등 생활소재부터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된다. 신소재 산업 제품으로 탁월한 전망을 가지고 있는 쑥은 미래 성장 동력원으로서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약초이다.
쑥은 이른 봄, 싹이 돋아날 때부터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까지 생육시기가 매우 길다. 쑥은 줄기에 능선이 있으며, 전체에 거미줄 같은 털이 빽빽이 난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싹이 나와 군락을 이룬다.
상품 쑥의 채취는 음력 5월 단오 무렵이 좋다. 단오 이전의 쑥은 약성이 모자란다. 단오 무렵에 채취해서 비와 이슬을 맞히지 않고 그늘에서 말리되 절대로 곰팡이가 피지 않게 말려야 한다. 작은 다발로 엮어서 처마 밑에 성글게 잎 부분을 아래쪽으로 가게 하여 걸어서 말리면 된다. 건조할 때는 완전히 바삭바삭하게 말리지 말고 수분이 약간 남아 있게 말려서 한지처럼 통풍이 잘 되는 종이로 싼 뒤 무거운 것으로 눌러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두고 보관한다. 수분이 약간 남아 있어야 쑥이 미생물로 인해 천천히 발효된다. 칠 년 묵은 병에 삼 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맹자의 기록대로 쑥은 3년 이상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좋고 독이 없다. 이렇게 잘 말려서 3년이 지난 쑥은 천금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오리엔털 허브스토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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