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을 일컫는 ’야단법석’은 원래 사찰 법당 밖에 단을 만들어 설법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원래의 뜻으로 보면 야단법석의 주인공은 단연 부처님, 즉 괘불이다. 괘불은 야외 법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에 전각 안에 봉안된 불화와는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폭 5~8m, 높이 12~14m로 아파트 4층에 육박하는 크기에, 무게가 100~180㎏에 달하니 슈퍼사이즈의 회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서 고이 보관하다가 특별한 야외법회를 열 때에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괘불은 불교회화 연구자료로써는 물론 조선후기 민중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전통시대에 사용된 안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도 각별한 문화재다.
그런데 큰 덩치와 종이, 섬유 등 재료적 특성 때문에 각종 재해와 훼손에 노출되기 쉽다는 큰 약점을 갖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선후기의 괘불 117점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정밀조사를 진행해 온 이유이다. 2019년까지 사용된 안료와 재료를 분석하고, 화기(畵記) 등을 연구하여 괘불의 숨겨진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적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접근 말고도 괘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영산재, 수륙재, 천도재, 기우제 등 불교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괘불이 불교의식의 간소화와 소멸로 인해 함 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문화재는 박제되어 있을 때보다 현장에서 본래의 용도로 쓰일 때 빛이 나는 법이다. 괘불의 큰 규모도 누구나 법회에서 부처님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괘불의 소임은 야단법석의 현장에서 신앙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의식의 전승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비단 괘불만이 아니다. 문화재의 수명연장은 첨단 과학기술과 본질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결합했을 때 가능하다. 문화재가 지닌 유형적 요소와 무형적 요소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재청 '공감! 문화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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