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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역사

토우가 보여주는 신라의 국제성 최근 경주 월성의 발굴조사에 대한 언론 공개회에서 소그드인(중앙아시아 이란계)으로 추정되는 토우가 공개돼 주목받았다. 토우는 신라시대의 무덤 대다수에서 출토된다. 이는 토속적인 민간신앙이나 주술신앙을 바탕으로 한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거나, 죽은 뒤에도 삶은 이어진다는 계세사상(繼世思想)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한다. 더 나아가서는 신라인의 소망이나 염원도 토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토우에 표현된 춤이나 악기, 의복 등은 당시 신라의 사회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토우는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터번을 머리에 두르고, 발목 위까지 긴 장옷을 걸쳤는데 다른 토우들과는 달리 매우 특징적이다. 10cm도 안되는 작은 크기의 인물상이기 때문에 상세한 표현은 생략되었디만, 당시 신라나 중국 .. 더보기
사명대사의 금란가사와 장삼 겨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초여름에는 석가탄신일이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대롱대롱 매달린 연등이 초여름과 함께 석가탄신일을 알려준다. 그래서 오늘은 조선시대 유명한 승려 사명대사의 가사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1979년에 국가민속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된 사명대사(四溟大師,1544∼1610)의 금란가사와 장삼은 사명대사가 나라를 구한 공을 인정받아 선조가 하사하였다고 전한다. 가사는 승려들이 입는 법의(法衣)인데, 장삼을 입고 그 위에 왼쪽 어깨에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던 옷이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될 당시부터 금란가사는 원래의 색을 잃고 가사의 한 가운데가 완전히 두 동강으로 분리되어 본래의 모습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원래 가사(袈裟)는 누더기 옷의 칙칙한 색깔 때문에 붙여진.. 더보기
임금 초상 걸었던 일월오봉도삽병 2007년 국립고궁박물관 전체 개관을 앞두고 가장 바빴던 시기, 필자는 전시품을 고르기 위해 매일같이 지하수장고를 드나들었다. 수장고에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조선시대 궁중 유물로 가득 차 있어 낯설지만 갈 때마다 설레었다. 유물을 실견하고 조사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야근이 계속되어도 몸이 고된 것을 잊을 정도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월오봉도삽병(日月五峯圖揷屛)이다. 궁궐 정전(正殿) 당가(唐家)의 일월오봉도나 접고 펼치는 형식의 첩(帖) 병풍이 아닌, 나무틀로 가장자리를 마감한 처음 보는 일월오봉도였다. 유물대장에는 액자라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높이가 190cm나 되고 상단에는 작은 도르래가 붙어 있었다. 대체 어떤 용도로 만들어진 것일까? 궁금증은 의궤(儀軌)를 찾아보며 풀.. 더보기
조선의 역사 살아 숨쉬는 남산 벚꽃이 한창 핀 4월 중순, 남산에 올랐다. 장충 체육관에서 출발하여 남산N타워에 올라갔다가, 벚꽃 길을 따라 남산도서관을 지나 숭례문까지 걸어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다리가 꽤 아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남산을 걸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조선시대 궁궐과 도성 연구자인 나에게 남산은 예쁜 벚꽃 그 이상으로 아주 특별하다. 남산은 한양도성의 남주작(南朱雀)에 해당하는 산이자, 조선의 역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남산을 얘기하려면 숭례문이 빠질 수 없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복구가 한참일 때, 나는 숭례문에서 발굴조사를 담당하였다. 그 때 당시 복구계획에는 숭례문뿐 아니라 이에 연결된 성벽까지 포함되어 있어, 그 흔적을 찾아 열심히 발굴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록 남산으로 올라가는 방향.. 더보기
하회마을․ 중국홍춘 ‘세계유산 인연’ 세계유산제도는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유산보호시스템으로 자리 매김했다. 유산 등재국들은 자국의 유산보존을 위한 국제적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더불어 관광수익 증대, 유산보유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입지상승 등 다양한 혜택도 누린다. 세계유산등재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수단으로 한 최적의 국가브랜드 제고전략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들의 등재추진이 활발하다. 그러나 세계유산등재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변화는 국가간 문화주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문화주권’은 그 나라의 독보적 문화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충족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자연환경과 기후가 유사하고 한자문화권.. 더보기
빛으로 푸는 문화재 비밀 국보 제240호 ,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이 그림은 적외선 촬영이라는 조사 방법을 통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상반신을 그린 선을 찾아냄으로써 원형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문화재 조사에는 X선, 자외선, 적외선 등과 같이 빛이 가지는 고유의 파장을 이용하여 우리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내는 조사 방법들이 활용되고 있다. X선 촬영 조사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범위인 가시광선(380nm~780nm) 보다 짧아 쉽게 투과하는 X선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가 병원에서 몸 안의 병을 찾기 위해 찍는 X-ray나 CT(컴퓨터 단층촬영)와 같은 원리로, 차이점은 인체에 조사(照射)하는 강도보다 더 강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CT는 다각도에서 촬영.. 더보기
조선왕릉 역사의 조연, 원(園) 우리는 가끔 오랜 무명 세월을 거쳐 영화나 드라마의 조연으로 발탁되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연기자들의 인생스토리를 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조연이라는 것을 부끄러워 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때로는 주연보다 조연의 역할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세상 뿐 아니라 문화재에도 조연이 있다. 조선왕릉의 그늘에 가려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원(園)이 그런 존재이다. 능(陵)이 왕과 왕비의 무덤이라면 원은 등극하지 못한 세자, 또는 왕의 모친의 무덤이다. 주인공의 위상은 물론 경역의 넓이와 봉분의 크기, 석물 수량 등에 있어 능에 비해 소략하다 보니 답사객들도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정조임금이 “원의 뜻은 능의 버금이고 묘보다는 중한 것이다”라고.. 더보기
예(禮)를 담은 건축, 서원 조선은 새로운 유학인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택할 것을 주장하는 고려 말 신흥 사대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건국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유교와 관련된 건축이 상당히 많이 건립되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건축이 서원이다. 서원은 기본적으로 유학을 공부하는 선비들이 모여 공부하는 강당과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드리는 사당을 중심으로 하는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묘나 궁궐, 향교와 같은 대부분의 유교 건축은 중심이 되는 건물과 출입문을 잇는 남북방향 종축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배치를 갖는다. 서원 역시 두 공간의 중심 건물인 강당이 앞에, 사당은 뒤로, 일렬로 놓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러한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우리나라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며, 서원은 학문을 연마하면서 자연.. 더보기
신라 천년왕국의 중심 월성 경주 월성은 1961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6호로 지정되었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명실공히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월성의 총 면적은 207,528㎡(약 63,000평) 정도이며, 길이는 동서 890m, 남북 260m, 바깥둘레 2,340m이다. 신라 천년 왕국의 중심에 월성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는 파사이사금 22년(101)에 월성을 새로 쌓고, 그 내부에 궁궐을 새롭게 만든다. 신라 궁성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 월성은 이후 신라가 멸망할 때까지 왕궁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제 기능을 수행했다. 월성은 전체적인 평면 형태가 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반월성’, ‘신월성’이라고도 한다. 또한 임금이 계신.. 더보기
금처럼 귀한 금(錦)직물 ‘머리카락 같아요!’ 시커먼 유물 사진을 보며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머리카락처럼 시커먼 사진의 정체는 국보 제11호 백제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 출토된 금직물이다. 무려 1,400년 정도 된 셈이라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상상 이상으로 정교하며 아름다운 직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금강, 금산, 금수산의 지명은 비단처럼 곱다 하여 ‘비단 금(錦)’이라는 한자를 쓰고 있다. 중국 한나라 사람 유희가 지은 『석명(釋名)』에는 금(錦)은 金과 帛이 합쳐진 글자로, 금직물은 제직하는 데 너무 힘이 들어 금과 같은 값어치를 지닌 비단이라고 전한다. 고대의 금(錦)직물은 경사(날실)나 위사(씨실)에 두 가지 이상의 색실을 사용하여 다채로운 무늬를 짠 비교적 두툼한 고급 견직물의 한 종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