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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일론 머스크에게 100만 달러를 빌려준 남자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지금 가장 흥미로운 이름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안토니오 그라시아스(Antonio Gracias)가 빠지기 어렵다.

 

그는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인물이지만, 일론 머스크의 오랜 측근이자 초기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투자업계와 언론은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머스크에게 100만 달러를 빌려준 남자"가 이제 스페이스X를 통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이스X의 파산을 막기 위해 일론 머스크에게 100만 달러를 빌려주었고, 이제 그의 7.2% 지분은 900억 달러 가치가 될 수 있다 / yahoo.com

 

머스크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는 미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활동해 온 투자자다. 그는 머스크와 20년 가까운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지금처럼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머스크를 지원해 왔다.

 

미국 현지 언론과 투자 업계 인터뷰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테슬라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기 그라시아스는 머스크에게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빌려준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것이 "그 100만 달러가 스페이스X를 살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머스크의 여러 기업들은 복잡한 자금 조달 과정을 거쳤고 수많은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관여했다. 다만 머스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제공한 가까운 투자자였다는 점은 여러 매체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실이다.

 

이후 그라시아스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테슬라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고, 스페이스X를 비롯해 솔라시티, 뉴럴링크, 더 보링 컴퍼니 등 머스크가 이끄는 다양한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왔다.

 

 

 

스페이스X 상장이 바꾸는 것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스페이스X IPO다.

 

로이터와 미국 투자 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결정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약 1조7,500억 달러(약 2천 700조 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만약 이 수치가 유지된다면 스페이스X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기업공개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그라시아스가 다시 주목받는다.

 

미국 비즈니스 전문 매체들은 그가 운영하는 투자 법인과 패밀리 오피스가 상당한 규모의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상장이 이뤄질 경우 지금까지 비상장 상태로 묶여 있던 지분이 시장가격으로 평가되면서 자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의 동맹 안토니오 그라시아스가 스페이스X 베팅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 전망이다 / www.bloomberg.com

 

수십~수백억 달러를 거머쥐게 될까?

 

최근 미국 투자업계에서는 "그라시아스가 스페이스X 상장을 통해 초대형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현재 언론에 등장하는 수십억 달러 또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산 추정치는 모두 스페이스X의 예상 기업가치와 공개된 지분 보유 정보를 기반으로 계산한 시나리오일 뿐이다.

 

실제 보유 지분 규모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고, 상장 이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없다.

 

즉 "상장하면 무조건 얼마를 번다"는 식의 해석은 과장에 가깝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다. 스페이스X가 현재 평가받는 기업가치를 유지한 채 상장에 성공한다면, 초기 투자자였던 그라시아스의 자산 가치 역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실리콘밸리 역사에는 수많은 투자 성공 사례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투자에 참여한 경우가 많다.

 

반면 그라시아스는 머스크가 가장 불확실했던 시기에 곁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스페이스X는 세계 최대 민간 우주기업이 되었고,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운영하며 우주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테슬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그 출발점에는 혁신적인 창업가가 있었고, 동시에 그 창업가를 믿어준 초기 투자자들도 있었다.

 

스페이스X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는 단순히 "일론 머스크에게 100만 달러를 빌려준 남자"가 아니라, 현대 기술 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장기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 평가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남아 있다.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실제 상장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주 산업의 성장성이 앞으로도 계속 증명될 수 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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