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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이탈리아 축구 하락에 한몫하는 감독 돌려막기

한때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 축구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고, 세리에 A 역시 과거와 같은 절대적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AC 밀란과 유벤투스가 나란히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한 장면은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밀란과 유벤투스가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세리에 A의 지각변동 / www.reuters.com

 

 

물론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돌릴 수는 없다. 세리에 A가 안고 있는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해 뒤처진 중계권 수익 구조, 노후화된 경기장, 재정적 제약, 유소년 육성 체계의 한계 등은 이미 오랫동안 지적돼 온 구조적 약점들이다. 최근 이탈리아축구협회(FIGC)가 재정 개혁과 유망주 육성 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감독 문제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세리에 A 특유의 '감독 회전문 문화'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세리에 A에서는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경질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팀 지휘봉을 잡는 일이 반복된다. 새로운 얼굴보다 이미 리그 경험이 있는 감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전술적 실험과 장기 프로젝트보다 단기 성과가 우선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감독들의 회전문 취임

 

문제는 이런 환경에서는 팀의 철학이 축적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선수단 구성과 전술 방향이 흔들리고, 스카우팅 정책도 일관성을 잃는다. 결국 구단은 장기 경쟁력을 쌓기보다 매 시즌 응급처치에 가까운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유럽 축구의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펩 과르디올라가 장기간 팀을 구축한 맨체스터 시티, 위르겐 클롭 시대를 거친 리버풀, 미켈 아르테타 체제의 아스널처럼 강팀들은 공통적으로 철학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반면 세리에 A는 여전히 즉각적인 결과를 위해 검증된 이름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탈리아가 훌륭한 지도자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엔초 마레스카, 프란체스코 파리올리 등 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정작 이탈리아 안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공간이 부족한 셈이다.

 

2026년 5월 기준 이탈리아 1부 리그 클럽의 정확히 75%가 지난 1년간 감독을 교체했으며, 분데스리가에서는 55.6%, 리그앙은 50%,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각각 40%에 불과했다/ www.insideworldfootball.com

 

감독 돌려막기가 세리에 A 침체의 원인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재정 개혁과 경기장 현대화가 필요하듯, 지도자에 대한 시각 역시 달라져야 한다. 단기 성적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장기 프로젝트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축구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름들만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세리에 A가 다시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변화는 경기장 밖 이사회뿐 아니라 벤치에서도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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