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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캐나다 농구 발전에 빈스 카터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농구 무대와 NBA에서 캐나다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SGA), 자말 머레이, RJ 배럿, 앤드류 위긴스, 딜런 브룩스 등 현재 캐나다 국가대표팀의 로스터를 보면 미국 드림팀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힐 정도다.

 

전통적으로 '아이스하키의 나라'였던 캐나다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농구 강국으로 떠오르게 된 걸까? 여러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과 이민자 증가 등의 요인이 있겠지만, 그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캐나다 농구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불꽃'을 피워낸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하프 맨 하프 어메이징(Half Man Half Amazing)', 빈스 카터다.

 

올림픽에서 캐나다 농구 대표팀을 간과하지 말아라 / time.com

 

1. 하키의 나라에 날아든 농구 천재

 

1995년 토론토 랩터스와 밴쿠버 그리즐리스가 창단되며 NBA가 캐나다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캐나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무조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였고, 농구는 미국인들이나 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밴쿠버 그리즐리스는 흥행 참패로 결국 미국 멤피스로 연고지를 옮겼다.)

 

하지만 1998년, 토론토 랩터스에 빈스 카터가 지명되면서 캐나다의 스포츠 지형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터는 매 경기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듯한 환상적인 덩크슛을 터뜨리며 지루했던 캐나다의 겨울밤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아이스하키 스틱을 쥐고 놀던 캐나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농구공을 튀기며 길거리 코트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빈스 카터, 드레이크, 그리고 토론토를 바꾼 슬램덩크 / vanityfair.com

 

2. 2000년 슬램덩크 콘테스트, 문화를 바꾸다

 

빈스 카터가 캐나다 전역에 '농구 바이러스'를 퍼뜨린 결정적 사건은 단연 2000년 NBA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였다. 허공을 걸어 올라가는 듯한 리버스 360도 윈드밀 덩크, 팔꿈치를 림에 꽂아 넣는 허니딥 등 전무후무한 퍼포먼스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이날 이후 캐나다 토론토는 '하키 도시'에서 순식간에 가장 트렌디한 '농구 도시'로 변모했다. 카터는 단순히 농구를 잘하는 선수를 넘어 마이클 조던 이후 가장 파급력 있는 팝스타이자 문화 아이콘이었다. 보라색 랩터스 유니폼과 그의 농구화는 캐나다 10대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농구는 캐나다에서 가장 '쿨(Cool)'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3. '카터 이펙트'가 길러낸 지금의 황금세대

 

다큐멘터리 영화 《더 카터 이펙트(The Carter Effect)》(토론토 출신의 세계적인 래퍼 드레이크가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는 이 현상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낸다.

 

현재 NBA와 국제 무대를 호령하는 캐나다의 20대~30대 초반 선수들은 정확히 빈스 카터가 토론토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카터 키즈'들이다. 실제로 트리스탄 톰슨, 코리 조셉, 켈리 올리닉 등 수많은 캐나다 출신 NBA 선수들은 "어릴 적 카터를 보며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카터가 심어준 동경과 열정이 20년의 세월을 거쳐 지금의 화려한 캐나다 국가대표팀이라는 결과물로 꽃을 피운 셈이다.

 

 

물론 캐나다 농구의 성장을 온전히 빈스 카터 한 사람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백 투 백 MVP를 차지했던 캐나다의 영웅 스티브 내시의 헌신, 토론토 구단과 농구 협회의 체계적인 풀뿌리 유소년 육성 시스템, 그리고 다문화 이민 세대의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완벽하게 맞물린 결과다. 더구나 카터가 토론토를 떠날 때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오랫동안 캐나다 팬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얼어붙어 있던 캐나다의 농구 코트에 가장 먼저 봄을 가져다주고 아이들의 손에 농구공을 쥐여준 최초의 '현상'이 빈스 카터였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가 피워낸 작은 불꽃이 오늘날 캐나다 농구를 세계 최정상급으로 이끈 가장 강력한 계기 중 하나였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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