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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제법 오래된 '와플을 기념하는 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 그 위로 듬뿍 흘러내리는 달콤한 시럽과 크림.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디저트, 바로 와플이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 격자무늬 빵에도 공식적으로 지정된 특별하고 유쾌한 기념일이 있다. 매년 3월 25일로 지정된 '세계 와플의 날(International Waffle Day)'이다.

 

wafflemanbill.com

 

1.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와플의 진화

 

와플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두 개의 뜨거운 금속 판 사이에 반죽을 넣고 구워 먹던 '오벨리오스(Obelios)'라는 납작한 케이크가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중세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카톨릭 교회에서 성찬식용 빵을 굽기 위해 성경의 장면이나 십자가 무늬가 새겨진 철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특유의 벌집 모양 격자무늬를 갖추게 되었고, 이름 역시 벌집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계열의 'wafele'에서 유래해 '와플(Waffle)'이 되었다. 이 격자무늬는 보기에도 예쁘지만, 시럽이나 버터, 크림이 흘러내리지 않고 홈 안에 듬뿍 담기게 해주는 완벽한 공학적 디자인이기도 하다.

 

 

 

2. 취향 따라 즐기는 다양한 와플의 세계

 

와플은 지역과 레시피에 따라 그 특징이 뚜렷하게 나뉜다.

 

◆ 벨기에 와플 (브뤼셀 & 리에주): 우리가 흔히 아는 두툼한 와플이다. 브뤼셀 와플은 효모를 사용해 식감이 가볍고 바삭하며 직사각형 모양을 띤다. 반면 리에주 와플은 둥근 모양에 '펄 슈가'를 반죽에 넣어 구울 때 겉이 캐러멜라이징되어 훨씬 쫀득하고 달콤하다.

 

◆ 아메리칸 와플: 효모 대신 베이킹파우더로 팽창시켜 두께가 얇고 부드럽다. 달콤한 디저트보다는 주로 아침 식사로 메이플 시럽이나 베이컨을 곁들여 먹는다.

 

◆ 스웨덴 와플: 다른 와플보다 훨씬 얇고 바삭하며, 주로 네 잎 클로버나 예쁜 하트 모양의 전용 틀에 구워낸다.

 

Chef Jahed 페이스북

 

 

3. '성모 마리아'가 와플이 된 엉뚱한 사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세계 와플의 날'이 탄생한 배경이다. 미국에서 8월에 기념하는 내셔널 와플 데이(최초의 와플 메이커 특허일을 기념)와 달리, 3월 25일의 세계 와플의 날은 스웨덴의 귀여운 발음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원래 스웨덴에서 3월 25일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 잉태를 알게 된 수태 고지일, 즉 '성모 마리아의 날(Vårfrudagen, Our Lady's Day)'이었다. 그런데 이 단어를 스웨덴어 특유의 빠른 속도로 웅얼거리듯 발음하다 보니, 사람들의 귀에는 와플의 날을 뜻하는 '보플다겐(Våffeldagen)'으로 들렸던 것이다.

 

결국 이 유쾌한 언어적 오해는 스웨덴 사람들이 3월 25일마다 합법적으로(?) 와플을 잔뜩 구워 먹는 날로 굳어지게 만들었고, 이것이 기나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알리는 축제와 결합해 전 세계적인 '세계 와플의 날'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4. 와플의 날을 즐기는 방법

 

매년 3월 25일이 되면 스웨덴 사람들은 전통적인 하트 모양의 얇은 와플에 휩트크림과 상큼한 클라우드베리(또는 라즈베리) 잼을 듬뿍 올려 먹으며 봄을 맞이한다.

 

이제는 스웨덴을 넘어 전 세계 수많은 식당과 카페에서도 이 날을 기념해 특별한 토핑을 얹은 한정 메뉴나 할인 행사를 선보인다. 달콤한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올린 디저트는 물론이고, 미국 남부식 '치킨 앤 와플'처럼 프라이드치킨을 곁들여 짭짤하고 든든한 식사 메뉴로 즐기는 등 3월 25일 하루만큼은 마음껏 와플의 매력에 빠져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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