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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콜로세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이탈리아 로마의 한복판에 우뚝 솟은 거대한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Colosseum).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이탈리아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단순히 웅장한 고대 유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로마 제국의 치밀한 정치 공학, 시대를 뛰어넘은 건축 기술, 그리고 인간의 잔혹한 본능이 뒤엉킨 수많은 미스터리와 에피소드들이 숨어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콜로세움의 진짜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파헤쳐 보자.

 

seuso.mnm.hu

1. 8년 만의 기적: 로마 건축 기술의 집약체

 

콜로세움의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 극장(Amphitheatrum Flavium)’이다.

 

서기 72년, 평민 출신으로 황제에 오른 베스파시아누스는 폭군 네로 황제의 거대한 황금 궁전(도무스 아우레아) 터에 있던 인공 호수를 메우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 오락 시설을 짓기 시작한 것이 콜로세움의 시작이다.

 

놀라운 사실은 아파트 17층 높이(약 48m), 최대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한 건축물이 완공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혁신적인 건축 기술이 있었다.

 

- 아치(Arch)와 콘크리트: 하중을 분산시키는 수백 개의 '아치' 구조를 겹겹이 쌓아 올려 적은 재료로도 견고하고 높게 지을 수 있었다. 또한, 화산재를 섞어 만든 고대 로마의 천연 콘크리트인 '시멘텀(Caementum)'과 테라코타 벽돌을 사용하여 돌의 무게를 줄였다.

 

- 미학적 디테일과 첨단 설비: 외벽은 1층 도리아식, 2층 이오니아식, 3층 코린트식 등 각기 다른 그리스 양식의 기둥으로 장식해 예술성을 더했다.

 

더 눈여겨 볼 것은 '벨라리움(Velarium)'이라 불리는 거대한 개폐식 천막이다. 로마 해군 수병들이 밧줄을 당겨 천막을 펼쳐 관중들을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으로부터 보호했다.

 

벨라리움(Velarium) 상상도 / www.italyrometour.com

 

2. 폭력과 도파민이 지배한 '빵과 서커스'

 

콜로세움은 지배층이 대중의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오락을 제공하는 이른바 '빵과 서커스'의 결정판이었다.

 

이곳에서는 맹수 사냥(베나티오)과 검투사들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이벤트를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사자, 코끼리, 표범 등 수백만 마리의 야수가 수입되어 희생되었고, 이는 몇몇 종의 멸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장 바닥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모의 해전인 '나우마키아(Naumachia)'를 벌였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콜로세움 지하로 이어지는 복잡한 수로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한다.

 

 

3. 지하 세계의 비밀과 최신 공개된 '황제의 길'

 

경기장 나무 판자 아래에는 '하이포지엄(Hypogeum)'이라 불리는 복잡한 지하시설이 있었다. 맹수와 검투사들이 대기하던 이곳에는 무려 80여 개의 수동 승강기(엘리베이터)와 도르래 장치가 있어, 무대 위로 맹수와 전사들을 극적으로 등장시키는 일종의 특수효과를 연출했다.

 

최근 콜로세움의 가장 핫한 소식은 복원 작업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크립토포르티쿠스(Cryptoporticus)'다. 이는 과거 로마 황제들이 군중의 눈과 암살의 위협을 피해 경기장으로 은밀하게 진입하던 전용 지하 통로다.

 

화려한 모자이크와 장식으로 꾸며졌던 이 길을 걷다 보면 콤모두스 같은 로마 황제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크립토포르티쿠스(Cryptoporticus) / www.turismoroma.it

 

4. 왜 한쪽 벽만 무너져 있을까? (건축의 미스터리)

 

콜로세움 사진을 보면 항상 한쪽 벽이 허물어진 '반쪽짜리' 모습이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풍화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는 지질학적 비밀과 인간의 탐욕이 섞여 있다.

 

- 지진과 연약 지반: 1349년 대지진 당시,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진 북쪽 외벽은 버텨냈지만, 과거 인공 호수 터였던 부드러운 지반 위에 세워진 남쪽 외벽은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 세계 최대의 채석장: 무너진 남쪽 벽의 엄청난 대리석과 돌덩이들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로마 귀족들의 훌륭한 건축 자재(채석장)가 되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팔라초 베네치아 등 로마의 수많은 명소들이 사실상 콜로세움의 살점을 떼어내 지어진 것이다. 건물 곳곳에 파인 수많은 구멍 역시 중세 사람들이 돌을 연결하던 귀한 '철근(쇠창살)'을 파내어 녹여 쓴 흔적이다.

 

 

5. 예술과 대중문화 속의 콜로세움

 

콜로세움은 역사적 유적을 넘어 문학과 대중문화에 끊임없는 영감을 주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로드 바이런은 고대 영국의 역사가 베다의 글을 인용하여 "콜로세움이 서 있는 한 로마도 서 있을 것이요, 콜로세움이 무너지면 로마도, 전 세계도 무너질 것이다"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겨 콜로세움에 전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검투사의 비극을 그려내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수많은 오페라와 연극의 배경으로도 활용되었다. 현대의 모든 돔 구장과 스포츠 스타디움의 타원형 구조, 그리고 효율적인 관중 입퇴장 시스템 역시 콜로세움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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