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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피자 : 폭격을 앞둔 마지막 만찬!?

워싱턴의 밤, 펜타곤 주변 피자집에 불이 켜지면 지구 반대편 어딘가는 폭격의 불길에 휩싸인다.

 

첩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이야기는 '음모론'이 아니다. 워싱턴 DC 정가와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농담 반진담으로 통용되는, 일명 '워싱턴 DC 피자 지수(Pentagon Pizza Index)' 이야기다.

 

지난 1월 3일 새벽,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ve)'. 미 특수부대가 카라카스 관저를 급습해 그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타전되기 몇 시간 전, 이미 워싱턴의 '피자 지수'는 요동치고 있었다. 펜타곤 인근 아를링턴의 피자 가게들이 평소 조용해야 할 새벽 2시에 주문 폭주로 몸살을 앓았다는 것이다.

 

펜타곤 피자 이론이 인터넷을 갉아먹는 원인은 무엇일까? / euronews

 

전쟁의 전조는 '페퍼로니' 냄새를 타고 온다?

 

'피자 지수'의 기원은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펜타곤이나 CIA 본부로 피자 배달 트럭이 줄지어 들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중대한 안보 위기가 터지거나 긴급 작전이 수행되곤 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1990년 걸프전 전야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하루 전, 평소 한두 판을 시키던 CIA가 갑자기 피자 21판을 주문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라크 공습 작전(Desert Fox) 때도 백악관 주변 피자 주문량은 평소의 2.5배로 폭증했다.

 

논리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전쟁을 준비하려면 야근을 해야 하고, 야근에는 야식이 필요하며, 미국인의 소울푸드는 피자다." 즉, 펜타곤의 불 꺼지지 않는 창문과 산더미처럼 쌓인 피자 박스는 곧 지구 어딘가에서 벌어질 거대한 군사 행동의 '사전 징후'인 셈이다.

 

 

OSINT 시대, 밈(Meme)이 현실이 되다

 

과거엔 전설처럼 떠돌던 이야기였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피자 지수'는 하나의 오픈소스 정보(OSINT)로 진화했다. 구글 맵의 '실시간 혼잡도'나 배달 앱 데이터를 통해 누구나 안방에서 펜타곤 주변 피자집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이란의 대규모 드론 공격 전야, 그리고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직전에도 펜타곤 인근 피자집 혼잡도가 빨갛게 치솟는 모습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피자 차트가 로이터 통신보다 빠르다"는 농담이 결코 우습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마두로 체포작전 당시 '피자 지수'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글쎄...

 

물론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야근이나 회식, 단순한 앱 오류 등 변수가 너무 많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자 지수'가 터무니없는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경솔하다.

 

빅데이터 시대에 인간의 행동 패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긴박한 상황, 치열한 토론, 밤을 새워야 하는 격무 속에서 간편하게 허기를 달래줄 탄수화물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그 본능이 데이터로 표출된 것이 바로 '피자 지수'다.

 

펜타곤의 엘리트 전략가들이 피자를 한 손에 들고 작전 지도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폭격을 앞둔 마지막 만찬'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 씁쓸하고도 기묘한 상관관계가 현대전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입맛이 다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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