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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기상청도 억울합니다

"주말 날씨 또 틀렸네!"… 기상청이 실제 날씨를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이유

 

모처럼의 주말여행, 야심 차게 세워둔 계획이 야속한 빗줄기에 무너져 내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껐다 켜보며 중얼거린다. "분명 맑다고 했는데!", "슈퍼컴퓨터로도 이걸 못 맞히나?"라며 기상청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기상청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을 만한 과학적 변명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완벽한 장기 예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작동하는 근본적인 원리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 거대한 원리의 이름이 바로 '카오스(Chaos) 이론'이다.

 

 

 

한 기상학자의 우연한 발견, '나비 효과'의 탄생

 

이야기는 1960년대, 미국 MIT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의 연구실에서 시작된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해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전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중간부터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던 그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초기 입력값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단, 아주 사소한 차이가 있었다. 원래의 값 '0.506127' 대신,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0.506'을 입력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비슷하게 흘러가던 그래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더니 이내 전혀 다른 날씨 패턴을 그려냈다. 이 0.000127이라는, 인간의 눈으로는 인지조차 불가능한 미세한 차이가 완전히 다른 미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로렌츠가 내놓은 비유가 바로 그 유명한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훗날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즉, 아주 작은 초기 조건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며 증폭되어,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결과를 낳는다는 원리. 이것이 바로 카오스 이론의 심장이다.

 

'카오스 이론의 아버지'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 / oceans.mit.edu

 

 

날씨,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카오스 시스템

 

로렌츠의 발견이 기상학에서 시작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구의 대기는 카오스 이론이 설명하는 '비선형 동역학 시스템'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온도, 습도, 기압, 풍속 등 수없이 많은 변수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시스템은 분명 물리 법칙(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등)에 따라 움직이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세계다. 하지만 그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나도 높아, 장기적인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최첨단 수치예보모델(NWP)은 이 카오스의 세계를 숫자로 풀어내려는 인간의 위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이 모델에 넣어야 할 '초기 입력값'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전 지구의 모든 대기 분자의 위치와 속도, 온도를 100%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인공위성, 기상관측소, 비행기, 선박 등 모든 장비를 동원해도, 우리가 얻는 초기 데이터에는 언제나 나비의 날갯짓보다 더 큰, 미세한 오차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

 

 

예측의 유통기한: 왜 3일인가?

 

카오스 이론은 일기예보에 '예측 가능성의 시간적 한계(Horizon of predictability)'가 존재함을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1~3일 예보: 초기 데이터의 오차가 아직 작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의 예측 모델은 실제 날씨와 거의 일치하는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

 

4~7일 예보: 하지만 그 미세한 오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비 효과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된다. 예측 결과와 실제 날씨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10일 이상 장기 예보: 이 시점에 이르면 초기값의 오차가 시스템 전체를 지배하게 되어, 예측은 사실상 '지난 30년간의 평균 데이터'와 다를 바 없는 통계적 확률 수준으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이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같은 세계 최고의 기상 기관들도 3일에서 5일 정도를 '정확한 예측의 실질적인 한계'로 보고 있다.

 

 

그러니 다음번에 주말 날씨 예보가 또 틀렸다고 너무 분노하지는 말자. 그것은 기상청의 슈퍼컴퓨터가 게으름을 피워서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날갯짓한 나비 한 마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그만큼 복잡하고 경이로운 카오스로 가득 차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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