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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노리개는 포대기와 호미를 이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몇 년 전, 우리는 다소 어리둥절한 외신을 접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에서 한국의 '호미(Homi)'가 원예 용품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의 전통 육아용품인 '포대기(Podaegi)'를 두른 모습이 파파라치에 찍혔다. 정작 우리는 거의 잊고 지냈던 이 물건들이, 바다 건너에서는 그 탁월한 기능성과 실용성을 인정받으며 '힙'한 아이템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이처럼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K-아이템'의 계보. 그렇다면 그 다음 주자는 과연 누가 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하지만 꽤 높은 가능성으로 '노리개(Norigae)'를 지목해 본다.

 

 

 

갓과 다른 길, '케데헌'의 노리개

 

K-콘텐츠가 전통문화의 글로벌 쇼케이스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넷플릭스 <킹덤>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외국인들은 조선 시대의 모자 '갓'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열광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최고의 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사자보이즈를 통해 그 반향이 다시금 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갓의 인기는 어디까지나 코스튬과 기념품의 그것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아무리 멋져도, 일상에서 갓을 쓰고 다니기엔 용기가 필요한 탓이다.

 

www.koreatravelpost.com

 

 

작품속에서의 존재감은 갓보다 작을지 몰라도 노리개의 결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무대 의상과 일상복에 자연스럽게 매치한 '노리개'는, 그저 아름다운 전통 장신구를 넘어, 당장이라도 따라 하고 싶은 힙한 액세서리로 비쳤다. '갓'이 넘지 못했던 '실용성'이라는 문턱을, 노리개는 가뿐하게 넘어선 것이다.

 

 

 

'키링'이라는 유구한 액세서리 카테고리

 

노리개는 원래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다는 장신구다. 하지만 그 형태와 쓰임새를 조금만 현대적으로 비틀어보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완벽한 카테고리 안에 들어온다. 바로 '키링(Keyring)' 또는 '백참(Bag Charm)'이다.

 

가방에, 자동차 키에, 혹은 스마트폰에 무언가를 매달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은 인류의 유구한 액세서리 문화다. 노리개는 이 '키링' 문화에 편입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다채로운 색상의 술, 섬세한 매듭, 그리고 옥이나 비취 같은 전통 소재가 주는 독특한 동양적 아름다움은, 기존의 키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매력을 선사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서 'norigae'를 검색하면, 이미 수많은 글로벌 패션 피플들이 노리개를 가방 장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외 매체에서도 주목한다. 

 

노리개가 상징하는 것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부쩍 늘었고, 노리개를 만드는 전통 공예 수업에 대한 예약률이 전년 대비 2,133%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온다.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탕이 된 결과다.

 

이미 3년 전 포브스지에서는 "How The ‘Norigae’ Fashion Accessory Became A Popular Tattoo('노리개' 패션 액세서리가 인기 문신이 된 방법)"라는 기사를 실린 적도 있다.

 

www.forbes.com

 

 

호미와 포대기가 증명한 것

 

호미와 포대기의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전통 속에, 현대인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호미는 서양의 어떤 도구보다 뛰어난 인체공학적 설계로 정원 가꾸기의 피로를 덜어주었고, 포대기는 아기와 부모의 유대감을 높이는 가장 따뜻한 육아 방식임을 증명했다.

 

노리개 역시 마찬가지다. 노리개가 가진 '아름다움'과 '장식성', 그리고 '키링'이라는 현대적 쓰임새와의 완벽한 궁합은, 호미의 기능성이나 포대기의 실용성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보편적인 매력이다.

 

과연 노리개는 호미와 포대기의 뒤를 이어, 전 세계인의 가방 위에서 펄럭이는 새로운 K-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대답은, 이미 당신의 열쇠 꾸러미 위에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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