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 사회

테일게이트 파티, 음주운전은 어떻게 막아?

'관용'과 '책임'이 공존하는 미국식 해법

 

미국의 프로 스포츠 경기장 주차장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트럭 뒤편(Tailgate)을 열고 즉석에서 바비큐를 굽고, 맥주를 마시며, 다가올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나누는 사람들. 바로 미국 스포츠 관람 문화의 꽃,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다.

 

 

 

 

광활한 주차장과 자동차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낸 이 독특한 축제는 보기만 해도 흥겹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경기 전은 물론, 경기 중에도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저 많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귀가할까? 음주운전은 '암묵적인 면죄부'라도 있는 것일까?

 

 

1. 암묵적 면죄부는 없다: 음주운전의 냉혹한 현실

 

결론부터 말하면, 테일게이트 파티의 음주운전에 대한 '면죄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음주운전(DUI)은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우 심각한 범죄로 취급된다. 실제로 2023년 한 해에만 약 1만 2천여 명이 음주운전 관련 사고로 사망했을 정도다.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의 한 분석에 따르면, 경기 관람 후 현장을 떠나는 운전자 12명 중 1명(약 8%)꼴로 법적 기준치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기록했다. 이는 테일게이트 파티의 즐거움이 매년 수많은 음주운전 사고로 이어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증명한다.

 

 

 

2. 보이지 않는 노력들: 제도와 캠페인

 

'모두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다'는 오해와 달리, 경기장 안팎에서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 리그와 구단의 자율 규제

 

NFL, MLB 등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구단은 경기장 내 자체적인 '음주 관리 규정'을 엄격하게 운영한다. 예를 들어, 킥오프 시간에 맞춰 테일게이팅 파티 종료를 의무화하거나, 경기 후반부(예: NFL 3쿼터 이후)에는 주류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경기장 내 1인당 주류 구매량을 제한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 경찰의 집중 단속

 

슈퍼볼이나 지역 라이벌전 같은 빅게임이 있는 날이면, 경찰은 경기장 주변과 주요 귀갓길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하고 순찰 인력을 집중 배치한다. 콜로라도주의 'The Heat Is On' 캠페인처럼, 특정 기간을 정해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하고 실행하는 경우도 많다. '단속이 없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teamcoalition.org

 

 

'책임감 있는 음주' 캠페인

 

'TEAM Coalition'과 같은 비영리 단체는 리그, 구단, 주류 회사와 협력하여 '지정 운전자(Designated Driver)'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경기 전, "오늘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지정 운전자로 등록하는 팬에게는 음료수 쿠폰이나 기념품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3. 현지 분위기와 자발적인 해법들

 

이러한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팬들 사이에서도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한 자발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 '지정 운전자'는 필수 - 친구나 가족 단위로 파티를 즐길 때, 그룹 내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지정 운전자'를 정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 대체 교통수단 활용 - 우버(Uber), 리프트(Lyft) 같은 라이드셰어 서비스의 활성화는 테일게이트 문화를 크게 바꾸었다. 경기장마다 라이드셰어 전용 승하차 구역이 마련되어 있으며, 경기장 셔틀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팬들도 많다.

 

▲ '취기 깨는 시간' 활용 - 파티와 경기 관람, 그리고 실제 운전대를 잡기까지는 보통 6~8시간 이상의 긴 간극이 존재한다. 일부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주차장에 남아 바비큐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며, 충분히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하기도 한다.

 

 

DUI 체크 레인, 현충일 주말 오버랜드 파크에서 25명 체포 / www.kctv5.com

 

 

4. 그럼에도 남는 한계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음주운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여전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무리하게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주마다 다른 법규와 단속 강도의 차이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미국의 음주운전 관리 정책은 주, 구단별로 제각각인 '패치워크(통일성 없는 임시방편)'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테일게이트 파티 문화는 '자유로운 음주'라는 관습을 허용하되,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제도를 통해 끊임없이 묻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완전한 통제보다는 자율적인 책임감을 강조하는 이 방식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미국 사회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