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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사회

아파트 주거 확산의 실태와 전망



아파트의 확산

 

  1975년 전국의 총 주택은 약 470만 호였고 이 가운데 아파트는 약 9만 호로 전체의 1.9%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10년에 이르러 아파트는 전국의 총 주택 1,400만 호 가운데 59.0%에 해당하는 820만 호 가까이로 늘어났다. 특히 1995-2000, 2005-2010년 동안은 아파트 증가분이 총 주택 증가분을 능가하였다. 이는 다른 유형의 주택에 비해 아파트의 신규 공급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그림 Ⅷ-5).

 

 

 

  한국에서 아파트의 확산을 선도한 지역은 서울을 위시한 ()도시였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총 주택 가운데 아파트가 절반을 넘는 시점은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 그리고 경기도의 경우 2000년이나 강원도와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남도의 경우는 2010년이다. 충청남도와 전라남도, 경상북도, 그리고 제주도의 경우에는 2010년에도 아파트가 전체 주택의 절반에 미달하고 있다. 이는 아파트가 산업화, 도시화와 밀접히 연관된 주택유형이라는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한국을아파트 공화국으로 만든 거점 공간이었다( Ⅷ-9).




아파트 주거의 질과 주거문화

 

  [그림 Ⅷ-6]에서 보는 것처럼 아파트의 확산과 더불어 주택규모, 곧 주거면적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1980년의 경우 59.4(18) 이하가 전체 아파트의 59.3%에 달했으나 2013년에는 13.4%로 급감했다. 반면 132.0(40)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비중은 같은 기간 3.0%에서 15.7%로 급증했다. 고도성장 시대에 한국인에게 40평대 아파트 주거는 중산층 진입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166.5(50)이상의 대형 아파트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기도 했다. 59.4㎡ 이하의 소형 아파트 비중은2005 5.8%까지 하락하였다가 2013 13.4%로 상승하였다. 이는 1, 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아파트 면적에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된다. 2014년 현재 한국인의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33.5㎡로 늘어났는데, 이는 아파트의 주거면적 확대에 적잖이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시대와 더불어 한국인은 전반적으로 보다 널찍이 살게 되었다.

  한국의 아파트 주거문화가 보여주는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의 단지화이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의 아파트는 도심 내 서민용 소형 중심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는 ()단지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고도경제성장과 함께 도시개발 및 신도시건설이 활발해진 것과 맞물려 있었다. 동이나 구혹은 시 전체가 거의 다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압축성장기 주택의 고속·양산 체제는 아파트의 단지화와 짝을 이루었다. 특히 아파트의 단지화는 도시 중산층 계급을 아파트로 흡수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단지화를 통해 한국에서 아파트는 점차 모든 계층이 선호하는 주택유형이 된 것이다. 전국의 주거면적 가운데 아파트 단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7 14.9%, 2010 15.4%, 2013 15.9%로 나타난다. 주거면적 대비 아파트 단지면적의 비율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높다(그림 Ⅷ-7).

  아파트의 단지화는 현대 한국 사회의 주거공간이 역사적 전통이나 사회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국가 주도 산업화와 급속한 도시성장에의해 형성되어 왔음을 웅변하고 있다(줄레조,2007). 한국인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박인석, 2013). 한국 도시공간환경의 전반적인 후진성이나 부족한 기반시설을 고려할 때 단독주택보다는 녹지나 놀이터, 주차장 등을 갖춘 단지형 아파트가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녀양육이나 주택관리의 측면에서도 일정한 규모를 확보한 아파트 단지가 상대적으로 편리할 수 있다.


아파트 주거에 대한 태도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아파트는 한국의 대표적 주택형태로 빠르게 자리 잡아 왔다. 지역과 계층, 세대, 직업 등을 불문하고 아파트 거주가 대세로 굳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와 같은 아파트 전성시대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실의 차원과 규범의 측면으로 구분하여 논의할 수 있다. 전자는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고, 후자는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가 미래까지 이어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앞으로 거주하고 싶은 주택유형 중 한국인이 으뜸으로 꼽은 것은 단연 아파트이다. 2014년 현재 한국인이 향후 거주하고 싶은 주택유형 가운데 아파트가 48.1%(저밀도 아파트 25.1%, 고밀도 아파트 23.0%) 1위이고 그 뒤를 단독주택(37.4%), 연립·다세대주택(5.0%), 단지형 단독주택(5.0%)이 잇고 있다. 아파트의 인기는 젊은 세대와 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높은 편이다( Ⅷ-10).

 

 

 

  최근 들어 주택 선호가 아파트 일변도에서 다소 벗어나는 추세에 있다. 고도성장과 민주화 이후 보다 다양한 주거수요와 주거가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 Ⅷ-10>에서 보는 것처럼, 은퇴 중이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사이 출생자) 50대 이상 가구주의 경우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가 곧아파트 전성시대의 종언을 예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아파트 생활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아파트 주택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들이 은퇴에 즈음하여 전원주택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 특유의 노스탤지어가 아닌가 한다. 이들 이후 젊은 세대일수록 아파트 거주 선호가 점점 더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아파트 불패신화가 이어질 공산은 여전히 크다. < Ⅷ-1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실제로 단독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비율은 29.7%이나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비율은 11.3%에 불과하다.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비율은 무려 83.1%에 달한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생각과 그것을 구체화하는실천은 별개인 것이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5 '아파트 주거 확산의 실태와 전망', 통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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