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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생활

르네상스 과학?

특정 식재료의 모양이나 부위가 우리 몸의 특정 장기와 닮았다는 이유로 그 부위에 좋을 것이라고 믿는 것.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떤 학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르네상스 과학'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실제로 르네상스 시대의 의사 파라켈수스(Paracelsus) 등이 주장했던 '서명설(署名說, Doctrine of Signatures)'이라는 개념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서명설은 공식적인 학술 용어로써 '신이 인간을 위해 식물을 창조할 때, 그 효능을 알 수 있도록 식물의 모양이나 색깔 등에 '서명(Signature)'을 남겨두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즉, 식물의 모양을 보면 어디에 좋은 약초인지 알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유사성의 원리 (Principle of Similarity)도 결부되는데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낫게 한다는 원칙으로, '동종요법(Homeopathy)'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Like cures like"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이런 접근 방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자주 거론하는 호두(뇌와 닮아 두뇌발달에 좋다), 도가니탕(관절 건강과 연골 강화), 동물의 간(간 기능 개선과 숙취해소), 돼지 껍데기(피부 미용과 탄력 증진), 인삼(사람의 형상으로 원기 회복과 전신 건강), 토마토(단면이 심장과 닮았다 하여 심장 건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호두는 뇌와 모양이 닮아서라기 보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이고, 도가니탕에는 콜라겐이 풍부하지만 섭취한 콜라겐이 직접 관절 연골로 가는 것은 아니며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에 적절한 연결은 아니다.

동물의 간은 철분과 비타민 A가 풍부해 빈혈 예방 등에 도움이 되지만 간 기능 자체를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아니며, 돼지 껍데기 역시 도가탕과 마찬가지로 콜라겐이 주성분이지만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피부 탄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토마토를 이루는 붉은색의 라이코펜 성분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혈관 건강을 돕고 심장 질환을 예방한다는 사실과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면역력 증진 등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생김새와는 관련이 없다.



이렇듯 '르네상스 과학'은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보면 비과학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질서와 치유법을 찾으려 했던 직관적이고 인간적인 사고방식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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