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정보/생활

수술실 속 숨겨진 과학

수술실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매우 중요하고 정밀한 공간이다. 따라서 수술실에 있는 모든 물품은 저마다의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고안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도 환자의 안전과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깊은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

 

가장 먼저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와 간호사의 수술복의 색깔을 따져보자. 수술복이 초록색 또는 파란색인 이유는 눈의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보색 효과를 기대하기 위함이다.

수술실에서는 붉은색의 피와 장기를 장시간 집중해서 보게 된다. 그런데 특정 색을 오랫동안 응시하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을 때 그 색의 보색 잔상이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 붉은색의 보색은 바로 청록색 계열이다.

만약 의사가 흰색 가운을 입고 수술한다면, 수술 부위에서 잠시 눈을 떼 흰 가운이나 벽을 보았을 때 초록색 잔상이 나타나 시야를 방해하고 혼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수술복과 벽 등이 온통 초록색 환경이라면, 잔상이 나타나더라도 같은 계열의 색에 묻혀 인지되지 않으므로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고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또한 우리 눈은 다양한 조명 아래에서도 물체의 본래 색을 인식하는 '색채 항상성'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수술실의 강한 조명 아래 붉은 피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붉은색에 대한 감각이 점차 둔해져 색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때 잠시 초록색 수술복을 보면 붉은색에 대한 시각적 감각이 다시 예민해져, 혈액이나 조직의 미세한 색 변화를 더 잘 구분하고 수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수술실에서 선명한 시야 확보가 중요한 것은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수술실 천장에는 '무영등(無影燈)'이라는 특수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이름 그대로 무영등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조명이다. 하나의 광원이 아닌, 여러 개의 작은 광원을 돔 형태의 조명 기구에 배치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빛을 비추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의사의 머리나 손, 수술 기구 등으로 인해 수술 부위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항상 밝고 깨끗한 시야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무영등의 빛은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넓게 퍼지는 난반사(diffuse reflection)를 일으키도록 설계돼있다. 이는 강한 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고, 장시간 수술에도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 아울러 수술 부위의 조직이 조명 열로 인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열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LED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메스, 겸자, 가위 등과 같은 기구들은 대부분 금속으로 만들어지지만 번쩍이는 유광이 아닌 무광으로 처리되어 있다.

만약 수술 기구가 빛을 반사한다면, 무영등의 강한 빛이 기구 표면에 반사되어 의사의 눈을 직접 자극하게 된다. 이러한 눈부심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방해하여 수술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요소다.

따라서 수술 기구는 표면을 거칠게 만들거나(미끄럼 방지 효과도 포함) 특수 코팅을 하여 빛을 난반사시키는 무광 처리를 함으로써 눈부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리고 의사가 수술 부위의 미세한 조직과 혈관을 더 명확하게 구분하고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응형


수술실의 벽과 바닥은 타일처럼 틈새나 이음매가 있는 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벽면은 감염원이 침투하지 않고 먼지가 달라붙지 않는 재질로 마감하며, 바닥 역시 청소와 소독이 용이하도록 전도성 타일, 우레탄 도장, SGP 판넬, SCP 판넬 등 다양한 불침투성·항균 재질이 사용된다.

또한,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를 직각이 아닌 둥근 형태로 마감하여 소독과 청소가 쉽고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

수술실의 벽은 흰색이 아닌 연한 초록색이나 파란색으로 칠해진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앞서 설명한 수술복과 같은 원리로, 시각적 피로를 줄이고 잔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수술실 내 기구와 장비 배치는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하여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마취 기계는 항상 환자의 머리맡에, 자주 사용하는 수술 기구를 놓는 '메이요 스탠드(Mayo Stand)'는 수술대 바로 옆에 위치한다. 모두 의료진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수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다.

수술 간 사용하는 의료가스 공급 장치는 색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산소(녹색 또는 흰색), 의료용 공기(노란색), 이산화탄소(회색), 아산화질소(파란색) 등 각종 의료가스는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표준 색상으로 구분된 파이프와 콘센트를 사용한다. 이는 환자에게 잘못된 가스가 공급되는 치명적인 실수를 방지하는 중요한 안전장치로 기능한다.

반응형

'시사 정보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에 붙은 별명  (1) 2025.06.27
회식 장소 잘 고르는 방법  (1) 2025.06.22
과일과 채소의 별명  (1) 2025.06.09
르네상스 과학?  (1) 2025.06.09
성욕을 높이는 10가지 천연 최음제  (0) 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