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덥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이런 날씨 현상이 기후 변화 또는 지구 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문화재 중에서 목조문화재는 기상 변화에 가장 민감해서 변질되거나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목조문화재의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 곤충이 흰개미인데, 일반적으로 자연생태계에서는 나무를 분해하면서 환경을 정비하는 익충(益蟲)으로 여겨지지만 흰개미가 목조문화재에 접근을 해서 갉아먹게 되면 문화재 관리 입장에서는 해충(害蟲)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매년 국가지정 목조문화재를 대상으로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적으로 흰개미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현장에서 목조문화재 관리자분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 유독 ‘흰개미의 천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질문하시는 분들마다 스스로 답을 말하는 데, 대표적으로 개미핥기, 고릴라 등 농담으로 재미있자고 하시는 답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열대 초원지역이었다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쉽게도 한반도는 이런 동물들이 살만한 조건이 못된다.
흰개미는 죽은 나무를 먹는 습성이 있을 뿐 그 대상이 목조문화재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또한 목조문화재를 먹고 있기에 박멸해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우리가 목조문화재를 보존, 관리하는데 있어서 흰개미 서식 환경을 목조문화재 주변과 분리시킬 수 있다면 흰개미의 천적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목조문화재는 목조건축물의 쓰임새에 맞게 보수되고 활용되어야한다. 목조문화재가 호흡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며, 목조건축물에 쓰지 말아야할 건축자재를 사용하지 말고 보수되어야 할 것이다. 즉 주변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사람이 살고 관리하고 있는 목조문화재에 흰개미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는 목조문화재의 천적으로 흰개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흰개미가 억울하게 박멸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문화재청 '공감! 문화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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