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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통계

대한민국 출산력의 변화

한국인구의 출산수준은 1960년대 초부터 급속히 저하하여 1983년에 합계출산율이 대체수준인 2.1보다 낮은 단계로 진입하였다. 그 후 출산력이 대체수준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대부분 인구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달리 출산력 저하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1990년대 말의 외환위기는 출산력의 저하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국인구의 출산수준은 2000년대 진입 이후 홍콩과 마카오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출산력변천이 한국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유럽의 동부 지역과 지중해 연안,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 등에서도 초저출산이 급격하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국인구의 2014년 합계출산율 1.21은 대만, 포르투갈, 싱가포르에 이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15).



한국인구의 출산력변천은 1960-1985년 기간의 제1단계와 198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제2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1차 출산력변천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변되는 사회경제적 발전, 그리고 이에 따른 가치관과 사회규범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사망력의 저하와 도시로의 대규모 인구이동도 출산력 저하에 필요한 조건들을 성숙시키고 저하의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국제기구의 재정 및 기술지원을 받아 국가시책으로 강력하게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은 출산력변천을 크게 촉진시켰다. 초혼연령의 상승과 아울러 인공유산의 증가와 피임도구의 보급을 제1차 출산력변천의 3대 구성요소로 지적할 수 있다(Kim, 2005).

 

이와 대조적으로 제2차 출산력변천의 주요요인으로는 경기침체와 노동시장의 불안정, 가족 형성의 지연과 약화, 그리고 양성평등 관념의 확산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제1차 출산력 변천에서와는 달리 사망력 저하와 인구이동의 영향이 크게 축소되었다. 가족계획사업 역시 1990년대에 들어와 유명무실해졌고, 출산억제를 위한 대부분의 규제와 보상제도가 사장되고 인구성장억제정책이 폐지되었다. 결국, 초저출산으로의 제2차 변천에서는 가치관과 태도의 역할이 강조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의 급격한 변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선택, 그리고 양성평등 관념의 확산을 198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출산력 저하를 초래한 주요 요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Kim, 2005).

 

[그림Ⅰ-2]를 보면, 1990년대 초에 약간의 상승 반전이 이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출산력이 2005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은 2005년에 각각 43.5만 명과 1.08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출산력 저하의 폭과 속도는 인구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 그림에서 2000년에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이 반짝 증가한 것은새천년 베이비붐에 기인한 현상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그림Ⅰ-2]에서 주목할 것은, 출산수준이 2005년을 최저점으로 하여 반등의 조짐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출생아수는 2006 44 8천 명, 2007 49 3천 명으로 반등한 후, 2009년에 44 5천 명으로 다소 감소하였다가 2012 48 5천 명, 2014 43 5천 명으로 소폭의 증가와 감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2014년의 출생아수는 2005년을 제외하고 1970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에 해당된다. 합계출산율은 2006 1.12, 2007 1.25, 2010 1.23, 2012 1.30, 그리고 20141.21로 집계되어, 2005 1.08로 바닥을 친 후 약간씩이나마 증가하는 추이를 나타낸다. 물론, 2006, 2007년과 2012년에 출산수준이 오름세를 보인 것은 각각 쌍춘년, 황금돼지 및 용띠의 해 등의 출산 연도 선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구가 2000년대 진입 이후 초저출산 단계로 진입하게 된 것은 경기침체와 불안정한 경제상황으로 인하여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지연하거나 회피하게 된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높은 실업률과 빈곤의 증대로 가족의 해체가 확대되고 장년층의 출산수준이 낮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김두섭, 2007). 통계청의 혼인신고 집계결과에 따르면, 여자의 평균 초혼연령은 1990년에 24.8세였으며, 이후 매년 0.1-0.4세씩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4 29.8세에 도달하였다. 여자 초혼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첫째 자녀의 평균 출산연령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4 31.0세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4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구성비는 21.6%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주된 출산연령층이던 20대 여자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그림Ⅰ-3]에서 여자 20-24세 및 25-29세 연령집단의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강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5-29세 집단의 출산율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불과 2년 동안 7.8%, 그리고 2014년까지 무려 60.3%가 감소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30대 여자의 출산율은 상승추세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는 가장 높은 출산율을 나타내는 연령층이 25-29세 집단에서 30-34세 집단으로 바뀌었다. 또한 35-39세 집단의 출산율 역시 2005년을 기점으로 하여 20-24세 집단의 출산율보다 높아졌으며, 그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혼인양상의 변화 역시 출산수준을 저하시킨 중요한 요인이다. 혼인건수와 조혼인율은 1996년에 각각 43 5천 건과 1,000명당 9.4명의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03년에 이르기까지 급속한 감소가 지속되었다. 조혼인율은 그 후 황금돼지의 해였던 2007년에 일시적인 오름세가 관찰되기도 하였으나, 대체로 1,000명당 6.4-6.6명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조이혼율은 1981 1,000명당 0.6명에 불과한 낮은 수준에서 완만한 상승을 지속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2003 1,000명당 3.4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에는 점진적인 감소 추세가 관찰된다. 조혼인율과 조이혼율은 2014년 현재 각각 1,000명당 6.0건과 2.3건이다.



최근에 이르러 결혼의 지연이나 기피로 인한 미혼율의 증가와 함께 무자녀 가정이 두드러지게 늘어나는 추세를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대 연령집단의 미혼율은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3.4%로 집계되었으나 2010년에는 29.2%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또한 2010년 현재 30대 기혼 여자의 7.1%가 출산 경험이 없으며, 이들의 21.4%는 장래 출산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이미 확고하게 뿌리내린 소가족 지향의 태도와 규범들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뚜렷한 경제적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젊은 세대가 결혼을 지연하거나 기피하는 경향도 급속하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결혼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의 변화로 인하여 이혼율이 현저하게 낮아질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앞으로 한국인구의 출산력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반등을 지속하고 초저출산 상태를 탈피할 것인가의 여부는 경기침체, 실업률, 노동시장의 불안정 등 경제적 여건의 전개방향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5 '인구 영역의 주요동향', 통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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