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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데이터 센터를 거부하는 이유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현대판 공장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은 환영받기보다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필수 기반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가 데이터센터를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심리적인 거부감을 넘어 구체적인 경제적·환경적 생존권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www.wpr.org

고용 유발 효과의 부재와 '산업 공동화'

 

데이터센터는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시설이지만, 건설 이후 실제 운영 단계에서 창출되는 고용 인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만 평의 부지를 차지하면서도 정작 상주 인력은 서버 관리와 보안을 위한 수십 명 내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역 사회 입장에서는 넓은 토지를 내어주고도 인구 유입이나 상권 활성화 같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세제 혜택은 기업이 가져가고 지역의 개발 기회비용만 소모한다는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거부의 주된 원인이 된다.

 

 

 

전기요금 체계와 에너지 안보의 위협

 

가장 민감한 쟁점은 전력 소모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먹는 하마’다. 전력을 대량으로 끌어 쓰다 보니 인근 지역의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국가별 전기료 부과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의 갈등을 빚는다.

 

▲ 한국: 용도별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데이터센터가 일반 산업용 전력을 사용할 경우, 대규모 전력망 확충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면서 혜택은 특정 기업이 누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한전의 적자 구조 속에서 대규모 전력 사용처가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일반 가정의 전기료 인상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 미국: 시장 원리에 따라 실시간 가격 변동 폭이 큰 미국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집중적인 전력 수요가 피크 시간대 도매 가격을 폭등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전기료 폭탄’을 맞거나 순환 정전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며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환경 파괴: 열섬 현상과 수자원 고갈

 

환경적 측면에서는 소음과 열기, 그리고 물 소비가 도마 위에 오른다. 수천 대의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형 냉각팬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은 인근 주거 단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냉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공기가 주변 기온을 높이는 열섬 현상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수자원 문제 역시 심각하다. 구글이나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건설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냉각을 위해 하루에 수백만 리터의 물을 소모한다. 물 부족을 겪는 미국 서부 지역이나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를 뺏어간다는 비판이 거세며, 이는 실제 건설 허가 취소나 규제 법안 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www.hecweb.org

 

지역별 차이와 갈등의 실제

 

갈등의 양상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세분화된다. 한국의 경기도 안양이나 용인 등 수도권 인근에서는 주로 '특고압선 매설'에 따른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주거 밀집 지역의 생존권 투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띈다. 반면 미국의 버지니아주나 아일랜드 같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 지역에서는 전력망 포화 상태로 인한 신규 주택 전기 공급 중단 우려가 갈등의 핵심이다.

 

결국 데이터센터를 향한 거부감은 기업의 이익 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지역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불평등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전력 공급의 안전성 확보와 환경 영향 최소화, 그리고 지역 사회와의 실질적인 상생 모델이 제시되지 않는 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기피 시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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