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부터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포성까지, 지난 몇 년 동안 지구촌은 비극적 화염에 휩싸여 있다.
분명한 비극임에도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유례없는 호재가 된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 'K-방산'이라는 이름 아래 국산 무기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며 방산 기업들은 유례없는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표 뒤편으로 국가 방위를 수익 모델로 삼는 기업들이 정작 '병역'과 '국적' 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한 민낯을 숨기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 그리고 ‘로이스 류’라는 이름
풍산그룹은 대대로 임진왜란의 영웅 서애 류성룡 선생의 후손임을 자처하며 '풍산'이라는 본관을 기업명으로 사용해 왔다. 이것만으로도 생성된 '나라를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풍산의 가장 큰 자부심이었을 터. 그러나 류진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류성곤) PMX 인더스트리 수석 부사장의 행보는 그 자부심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993년생인 그는 만 18세가 되던 2010년, 기다렸다는 듯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법상 복수국적자가 국적 이탈을 신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을 정확히 맞춘 셈이다.
이미 2000년 부인 헬렌 노(노혜경) 씨의 국적 포기에 이어, 류진 회장 본인 역시 2012년 '진 로이 류(Jin Roy Ryu)'라는 이름을 사용한 기록이 발견되며 '검은 머리 외국인' 가족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한화와의 탄약 사업 매각 협상이 결렬되는 과정에서도 로이스 류의 존재는 수면 위로 부각됐다. 방산 사업의 핵심 인사가 미국 국적자라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 기업의 도덕적 토대를 뒤흔드는 일이다.

SNT그룹 최진욱, 군 입대 직전의 ‘미국 국적 취득’
SNT그룹 최평규 회장의 장남 최진욱 씨의 사례도 놀라울 만큼 판박이다. 1995년생인 그는 2016년 3월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군 입대를 앞둔 시점에 돌연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입대 영장이 나올 시점에 국적을 바꾼 것은 '병역 기피 꼼수'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풍산의 로이스 류와 SNT의 최진욱, 두 사람 모두 지주회사인 풍산홀딩스와 SNT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 문제를 단순한 헤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외국인 CEO는 안 되지만, 지주사는 괜찮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방산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임원이 되려면 산업부 장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규제가 '지주회사'에는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틈새에 있다.
단순히 따지고 보면 아들들이 외국인 신분으로 직접 방산 계열사의 대표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지주회사의 지분을 상속받아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군림하는 것은 법적으로 막기 까다로울 수 있다.
또한, 병역법상 만 38세가 넘으면 국적 회복 허가를 받아도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을 주목할만 하다. 앞으로 로이스 류는 5년, 최진욱은 7년 뒤면 '합법적'으로 한국 국적을 되찾으면서 군대 문제는 완벽히 지울 수 있게 된다.
방산은 '특혜' 위에 서 있다
방위산업은 일반적인 자유시장 경쟁 체제가 아니다. 국가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받고, 국가가 유일한 구매자이며,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받는 측면이 강한 일종의 '특혜 산업'이다.
국민의 혈세로 성장하는 기업이 그 성장의 열매인 승계 과정에서 국민의 가장 신성한 의무인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을 받는다면, 이는 자본주의적 자유를 넘어선 윤리적 파산이다.
과연 외국 국적의 수장이 이끄는 기업이 대한민국 국군의 생명을 담보하는 탄약과 무기를 만들 때, 우리는 그들에게 '애국심'과 '보안'을 신뢰할 수 있을까?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풍산과 SNT의 승계 과정은 우리 사회가 엄중히 지켜봐야 할 감시 대상이다. 법망을 피하는 기술이 경영 능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자격에 대한 기준도 엄격해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머리 외국인' 승계자들이 38세의 마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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