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전과 나고야는 종종 놀림의 대상이 되곤 한다.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성심당 말고는 갈 데 없다"거나, "일본에서 가장 매력 없는 도시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이 따라붙는 식이다.
하지만 이 두 도시를 단순히 '노잼'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기엔, 그들이 국가 경제와 지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

‘지나가는 도시’라는 숙명
사실 두 도시의 지정학적 포지셔닝은 꽤나 비슷하다.
대전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축의 핵심 결절점이자 호남선까지 갈라지는 철도와 도로의 중심이다. 나고야 역시 일본의 양대 산맥인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도카이도 축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덕분에 두 도시 모두 "어딘가로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교통이 너무 편리한 나머지, 오히려 외지인들에게는 '잠깐 들러 밥 한 끼 먹고 떠나는 도시'로 소비되는 경향도 있다. 수도권의 직접적인 라이벌이라기보다, 국가 전체를 잇는 튼튼한 '허브'로서의 보조 축 이미지가 강한 것 역시 공통점이다.
튀지 않는 성실함, 그래서 붙은 ‘노잼’의 딱지
관광객들은 자극적인 랜드마크를 원하지만, 대전과 나고야는 철저히 '생활과 기능'에 충실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대전이 정부청사와 대덕연구단지를 품은 '행정과 과학'의 도시라면, 나고야는 도요타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제조업과 항만'의 도시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압도적인 자연경관 대신, 반듯한 격자형 도로와 쾌적한 주거 환경, 그리고 탄탄한 일자리가 도시를 채우고 있다.
살기에는 대한민국과 일본을 통틀어 최상급이지만, 여행자로서는 "볼 게 없다"는 투정을 부리게 만드는 역설. 그 평온함과 성실함이 '노잼'이라는 짓궂은 질타로 번진 셈이다.

닮은 꼴 속에 숨겨진 ‘내륙’과 ‘해안’의 변주
물론 세밀하게 뜯어보면 두 도시의 색깔은 확실히 갈린다. 가장 큰 차이는 도시의 확장성이다.
나고야는 바다를 낀 해안 도시다. 나고야항을 통해 전 세계로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실전형 근육질 도시'이자, 역사적으로도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기운이 서린 전통 있는 강자로 꼽힌다.
반면 대전은 분지로 둘러싸인 내륙 도시다. 굴뚝 산업의 연기보다는 연구소의 화이트보드와 데이터가 어울리는 '하이테크 브레인 도시'. 역사는 짧지만, 계획도시 특유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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