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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와인잔의 절대적 기준, '리델(Riedel)'

전 세계 와인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와인잔의 역사는 '리델(Riedel) 이전'과 '리델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이유는 26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 동안 11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탈 명가 리델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포도 품종마다 와인잔의 모양이 달라야 한다"는 개념을 창시했기 때문.

 

장식품에 불과했던 와인잔을 과학적이고 정밀한 '테이스팅의 도구'로 격상시킨 리델의 철학과 발자취는 남다르다.

 

 

클라우스 J. 리델(Claus J. Riedel) / www.falstaff.com

 

1. 와인잔의 역사를 가른 철학: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최고급 와인잔의 기준은 '얼마나 화려하게 세공되었는가', 그리고 '어떤 색이 들어갔는가'였다. 하지만 9대손인 클라우스 J. 리델(Claus J. Riedel)은 1958년, 이 모든 장식을 과감히 덜어낸 크고 얇으며 투명한 와인잔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잔의 크기와 볼(Bowl)의 곡선, 림(Rim, 잔의 테두리)의 지름이 와인의 향을 모으는 방식과 혀에 닿는 첫 점(Flow)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름다움이 아닌, 오직 와인 본연의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잔을 설계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바우하우스적 철학이 와인잔에 최초로 도입된 순간이었다.

 

 

 

2. 포도 품종별 맞춤형 설계의 과학

 

리델은 레드, 화이트라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까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샤르도네 등 각 포도 품종의 DNA에 맞춘 형태를 과학적으로 연구했다.

 

▲ 향의 응집과 발산: 와인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피어오르는 공간을 계산하여 볼의 크기와 각도를 다르게 설계한다.

 

▲ 미각의 타겟팅: 잔의 테두리 각도를 조절하여, 와인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올 때 단맛, 신맛, 탄닌을 느끼는 혀의 특정 부위에 가장 먼저 닿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각 품종이 가진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부드럽게 감싸주는 효과가 발휘된다.

 

소믈리에 시리즈 / theriedelshop.co.uk

 

3. 하이엔드 와인잔의 영원한 표준, '소믈리에(Sommeliers)' 시리즈

 

1973년, 리델은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ASI)의 도움을 받아 무려 2년에 걸친 테이스팅과 연구 끝에 전설적인 '소믈리에(Sommeliers)' 라인을 출시했다.

 

숙련된 유리 장인들이 입으로 불어 만드는(Mouth-blown) 이 시리즈는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최고급 와인 바에서 '완벽한 스탠다드'로 통용된다. 이 시리즈의 탄생은 와인 글라스가 단순한 용기를 넘어 예술 작품이자 정밀한 과학 기구로 인정받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www.azquotes.com

 

4. 거장들의 찬사와 절대적 신뢰

 

리델의 기능주의적 접근은 초기에는 낯설게 여겨졌으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거치며 전 세계 와인 거장들을 완벽하게 굴복시켰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인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의 극찬. 그는 자신의 매거진을 통해 "기술적으로나 쾌락적으로나 최고의 와인잔은 리델이 만든다. 이 잔이 훌륭한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오하다. 나는 이 잔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차이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리델의 가치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영국의 디캔터(Decanter)지나 미국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등 세계적인 와인 매체들 역시 리델의 잔을 테이스팅의 공식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2025.09.07 - [생활] - 와인잔 브랜드 계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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