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삐-' 소리가 나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는 이명(耳鳴). 성인의 약 2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피로나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명이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특정 양상의 이명은 뇌혈관 질환이나 뇌종양, 나아가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이명 뒤에 숨겨진 뇌의 경고를 분석해 본다.

1. 뇌가 만들어내는 '환상통', 이명의 실체
우리는 흔히 이명을 '귀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명은 '뇌에서 나는 소리'에 가깝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는 이명을 '환상통(Phantom Limb Pain)'에 비유한다.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가 없는 손발에서 통증을 느끼듯, 청각 세포가 손상되어 소리 입력이 줄어들면 우리 뇌가 그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보상 작용으로 자체적인 신호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바로 이명이라는 것이다.
즉, 이명은 뇌의 청각 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불필요한 소리를 걸러주는 뇌의 필터링 시스템(전두엽 등)이 고장 났을 때 발생한다. 이는 이명이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니라 뇌의 신경학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2. 시한폭탄의 경고음, '박동성 이명'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심장 박동 소리처럼 '쿵쿵'거리거나 '슉슉'하는 소리가 들리는 박동성 이명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팀 이덕희 교수는 "박동성 이명은 뇌혈관 질환, 특히 뇌경막 동정맥루와 같은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뇌경막 동정맥루는 동맥과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되어 동맥의 높은 압력이 정맥으로 바로 쏟아져 들어가는 질환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혈류의 소음이 귀로 전달되는 것이 박동성 이명이다. 이덕희 교수는 "이를 방치할 경우 정맥 역류로 인해 뇌부종이 생기거나, 심각한 경우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박동성 이명이 들린다면 반드시 뇌혈관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젊은 비만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특발성 뇌압 상승증'의 경우도 높아진 뇌압이 뇌 정맥을 눌러 박동성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3. 한쪽 귀만 울린다면? 뇌종양의 가능성
일반적인 노화성 이명은 양쪽 귀에서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약 한쪽 귀에서만 지속적인 이명이 들리고 청력이 함께 떨어진다면 청신경 종양을 의심해봐야 한다.
최준 교수는 "돌발성 난청 환자 100명 중 1명꼴로 청신경 종양이 발견된다"며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도 일측성 이명은 정밀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뇌와 귀를 연결하는 신경에 종양이 생기면 청각 신호 전달을 방해하여 난청과 이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4. 이명과 난청, 치매를 부른다
이명은 뇌의 인지 기능 저하와도 직결된다. 이비안 한의원 김나현 원장은 "이명과 난청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위험 인자"라고 지적한다. 소리를 듣는 데 뇌가 과도한 에너지를 쏟게 되면(인지 부하), 기억력이나 사고력 등 다른 인지 영역에 쓸 에너지가 줄어들어 결국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을 2배, 심도 난청은 5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끊임없는 잡음(이명)에 시달리는 뇌는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며, 이는 우울증과 불안증을 유발해 뇌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뇌'를 치료해야 소리가 멈춘다
이명은 불치병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명 치료의 타깃은 귀가 아니라 뇌"라고 강조하며, 뇌가 이명 소리를 중요하지 않은 신호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명 재훈련 치료'나 '인지행동 치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귀에서 들리는 삐 소리, 혹은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 그것은 어쩌면 당신의 뇌가 구조적 문제나 기능적 과부하를 견디다 못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일지도 모른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며 방치하기엔, 그 신호가 가리키는 위험이 너무나 크다. 지금 바로 당신의 귀, 그리고 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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