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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당신의 심장은 왼쪽에 있습니까?

우리는 보통 심장은 왼쪽, 간은 오른쪽에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산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것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정반대로 뒤집혀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좌우 바뀜증(Situs Inversus)'이라는 희귀한 현상이다.

 

 

www.nm.org

 

내 몸이 '거울 모드'라고?

 

좌우 바뀜증은 말 그대로 태어날 때부터 주요 장기의 위치가 정상과 반대로 배치된 상태를 말한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1. 완전 좌우 바뀜증 (Situs Inversus Totalis): 심장, 간, 위장 등 흉부와 복부의 모든 장기가 싹 다 반대로 뒤집힌 경우다. 심장까지 오른쪽에 있는 일명 '우심장증'을 동반한다. 1만~2만 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한 증상이다.

 

2. 부분 좌우 바뀜증 (Situs Inversus with Levocardia): 심장은 정상적으로 왼쪽에 있지만, 복부 장기들만 반대로 뒤집힌 경우다. 이 경우는 5,000만 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99세 할머니의 놀라운 비밀

 

이 증상과 관련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실제 사례가 있다. 미국의 로즈 마리 벤틀리(Rose Marie Bentley) 할머니의 이야기다.
2017년,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자신의 시신을 의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했다. 그런데 해부학 수업을 하던 학생들이 기겁하고 말았다.

 

다름 아닌 할머니의 뱃속 장기들이 몽땅 반대쪽에 있었기 때문인데 간은 왼쪽에, 위장은 오른쪽에 있었던 것.

 

더 놀라운 건, 할머니는 평생 이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는 점이다. 수영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고, 가게도 운영하며 99세까지 아주 건강하게 장수했다. 의학계는 그녀를 '5,000만 분의 1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보통 벤틀리 할머니처럼 심장은 정상인데 장기만 뒤집힌 경우(2번 유형)는 혈관 연결 문제로 유아기에 사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수는 그야말로 미스터리이자 축복이었다.

 

로즈 마리 벤틀리의 비정상 정맥 / edition.cnn.com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아쉽게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미지수다. 다만 임신 4~8주쯤, 태아의 장기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나 발생학적 오류로 인해 '좌회전' 해야 할 장기들이 '우회전'을 해버린 것으로 추정한다.

 

 

사는데 지장은 없을까?

 

다행히 대부분은 벤틀리 할머니처럼 큰 문제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장기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기능은 똑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맹장 수술 같은 걸 할 때 의사들이 헷갈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왼쪽 배를 누르며 "맹장이네요?"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좌우 바뀜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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