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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성격이 급하다고 오해받는 생선들

생선마다 ‘성격이 급하다’는 민속적 표현이 있지만, 실제로는 호흡 구조·체질·지방함량·효소 활성 때문에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에 약해 빨리 죽고 상하기 쉬운 어종들이 있다.

 

 

멸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 이름부터 '죽는다'는 뜻: 멸치 (Anchovy)

 

소위 가장 대표적인 '성격 급한 물고기'라 꼽힐 만큼 멸치는 그물에 걸려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죽어버린다. 정약용은 <자산어보>에서 멸치를 두고 '성질이 급하여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다'고 기록했을 정도.

 

멸치의 '멸'은 '멸할 멸(滅)' 자를 쓰는데 물에서 나오자마자 급하게 죽어버린다고 하여 '멸어(滅魚)'라고 부르던 것이 멸치가 되었다는 썰이 유력하다. 워낙 빨리 죽기 때문에 과거에는 멸치를 회로 먹는다는 것은 배 위에서 잡은 어부들만의 특권이라고도 했다.

 

 

 

 

고등어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 안동 간고등어의 탄생 배경: 고등어 (Mackerel)

 

고등어는 부레가 퇴화하거나 작아서, 가라앉지 않고 숨을 쉬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 잡히는 순간 움직임을 멈추게 되고, 산소 부족과 스트레스로 금방 부패가 시작된다.

 

경북 안동은 내륙 지방이라 생선을 구하기 힘들었다. 바닷가인 영덕에서 잡은 고등어를 안동까지 운송하려면 1~2일이 걸렸는데, 고등어의 급한 성질(빠른 부패) 때문에 도중에 상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운송 직전 소금을 왕창 뿌리는 '염장법'이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명물인 '안동 간고등어'로 이어졌다.

 

일본의 일부 어부들은 고등어가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물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늘(낚싯바늘 끝의 갈고리)이 없는 바늘을 사용해 낚아 올리자마자 바닥에 털어놓는 기술을 쓰기도 했다.

 

 

 

 

갈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3. 은빛 갑옷의 예민함: 갈치 (Largehead Hairtail)

 

갈치 역시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심해와 표층을 오가는 어종인데, 수압 차이와 비늘이 없는 특유의 피부 때문에 잡히는 순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가미 근육이 발달되지 않은 점도 수조에서 장시간 살아있기 어려운 조건이다.

 

아쿠아리움에서 갈치를 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갈치는 수평으로 헤엄치기보다 수직으로 서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좁은 수조에 갇히면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스트레스성 충돌을 일으켜 치명적 손상과 함께 죽기 일쑤다. 최근에는 특수 수조 기술로 전시하는 곳이 간혹 생겼지만, 여전히 사육 난이도 최상급이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갈치 회는 배 위에서나 먹는 것"이라는 말이 진리처럼 통했다. 지금도 내륙 횟집에서 갈치 회를 보기 힘든 이유는 이 '급한 성격' 탓에 선도 유지가 극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참치 종류 / chickenofthesea.com

 

4. 제 몸을 스스로 태우는 거인: 참치 (Tuna)

 

참치(다랑어류)는 고등어과에 속하는 거대 어종으로, 고등어보다 더 심하게 헤엄쳐야만 숨을 쉴 수 있다.

 

참치는 낚싯바늘에 걸려 사투를 벌일 때 체온이 급격히 40도 가까이 오른다. 이때 빨리 제압하여 피를 빼고 냉각시키지 않으면, 자신의 체온으로 속살을 익혀버린다. 이를 '야케(Yake, 화상)'라고 부르는데, 고기가 하얗게 변하고 시큼해져 상품 가치를 잃게 된다. 그야말로 분을 못 이겨 제 몸을 태우는 꼴로 비유된다.

 

 

 

 

 

전어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5. 가을의 전설, 그러나 유리 멘탈: 전어 (Gizzard Shad)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전어도 성질이 매우 급하다. 수조에 넣어두면 스트레스를 받아 비늘이 떨어지고 붉은 핏기가 돌며 금방 죽는다.

 

전어철이 되면 횟집 수족관에 전어가 가득한데, 자세히 보면 바닥에 죽어있는 녀석들이 많다. 좁은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와 산소 부족을 못 견디기 때문. 과거에는 수송 기술이 부족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싱싱한 활전어 회를 먹기가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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