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손끝만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와 즐거움을 소비한다.
TV,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그리고 수많은 OTT 플랫폼.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스크린’ 앞에 앉아 보내며 살고 있다. 그 결과 등장한 신종 질환이 바로 ‘스크린 비만(Screen Obesity)’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오래 본다고 해서 눈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스크린 비만’은 장시간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운동 부족과 대사 저하, 체중 증가, 인지력 저하, 수면장애 등 복합적인 문제를 포함한다. 이 현상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2023년 보고서에서 “만 8세 이하 아동의 하루 평균 스크린 사용 시간이 4시간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은 놀이 시간을 급격히 줄이며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제약하고, 그 결과 아동 비만율은 매년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청소년 4명 중 3명 이상이 신체 활동 권장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스크린 몰입’을 지목했다.

문제는 어린이만이 아니다. 성인과 노인층에서도 스크린 비만의 영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와 OTT 이용 급증으로 인해, 하루 6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이들이 폭증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은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5시간을 넘으면 대사증후군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스크린 중심의 생활 구조가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임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표한 ‘2024 국민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율이 78%를 넘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앉은 상태’에서 모든 활동을 소화한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스크린 중심 비만, 디지털 피로 증후군, 수면의 질 저하, 정신건강 악화 등이 복합적인 사회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스크린 비만’은 단순히 체중의 문제가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 인지 능력을 감퇴시키고, 사회적 고립을 심화하며, 정서적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영상 콘텐츠에만 몰입된 생활은 공감능력, 사회성,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학습 능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은 점점 더 손쉽게, 더 오래 붙잡게 만든다. 알고리즘 기반의 OTT 콘텐츠 추천은 사용자의 시청 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한 편만 더’의 유혹은 끝이 없다.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스템적 개입이 필요한 때다. 학교나 직장 차원에서의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 적정 스크린 시간 규제, 가정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교육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계는 ‘음식 비만’에서 ‘스크린 비만’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
우리가 하루를 얼마나 ‘앉아’ 보냈는지, 그리고 스크린 앞에서 얼마나 ‘멍하니’ 있었는지를 자문해보자. 건강을 잃은 편안함은 결코 편안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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