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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사회

바다 위, 바다 아래 데이터센터는 가능할까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반도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반도체가 생각을 담당하는 두뇌라면, 데이터센터는 그 두뇌가 실제로 구현되고 작동하는 거대한 물리적 몸체에 가깝다.

 

문제는 생성형 AI 모델이 진화하고 거대화될수록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량과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수요도 함께 폭증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IT와 에너지, 그리고 조선 산업 전반에서는 데이터센터를 굳이 비싸고 좁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연한 공상과학처럼 들렸던 이 아이디어는 이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대형 제조업체들이 실제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핵심 연구 및 사업 영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로이드 레지스터, 삼성중공업,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플로팅 데이터 센터 설계 추진 / www.lr.org

 

 

오늘날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고질적인 고민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부지 확보의 한계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제곱미터 이상의 광활한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데이터 지연을 줄이기 위해 수요가 밀집된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근에서 이만 한 토지를 찾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둘째는 살인적인 전력 소비다.

 

AI 서버는 기존 일반 서버에 비해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며, 일부 초거대 시설은 중소 도시 전체가 사용하는 전량과 맞먹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마지막 셋째는 냉각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와 운영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서버의 열을 식히는 냉각 시스템에 투입된다. 서버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이 열 차단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이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실물적 대안으로 바다 위에 띄우는 해상 부유식 데이터센터와 바다 아래에 가라앉히는 수중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형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이 바다 위 데이터센터에 과감히 뛰어든 이유도 이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적 해운 박람회 포시도니아 전시회에서 그리스 선사인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스, 그리고 글로벌 선급 기관인 로이드 레지스터와 손잡고 부유식 데이터센터 공동개발 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명확하다.

 

조선업계가 수십 년 동안 거친 바다에서 축적해 온 해양 플랜트 및 구조물 설계 기술을 활용하여 데이터센터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인공 섬처럼 바다 위에 띄우는 것.

 

공개된 개념 설계에 따르면 무한한 해수를 천연 냉각원으로 직접 활용하고, 자체적인 친환경 전력 시스템을 결합하여 육상 전력망의 과부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나아가 조선소 특유의 선박 건조 방식을 활용해 규격화된 표준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 육상 건축물보다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중공업은 이제 단순히 짐을 나르는 배를 만드는 제조사를 넘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술 기업으로의 진화를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젝트 나틱 / natick.research.microsoft.com

 

바다 위가 아닌 아예 차가운 수중으로 내려간 대표적인 개척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나틱'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오크니 제도 인근 해역의 깊은 해저에 서버를 탑재한 밀폐형 캡슐을 가라앉히는 대담한 실험을 진행했다. 목표는 심해의 차가운 바닷물이 가진 자연 냉각 효율성과 외부 산소 및 습기가 차단된 환경에서의 장기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실제 회수 후 분석된 결과는 시장을 놀라게 했다. 밀폐된 수중 환경에서의 서버 고장률이 동일한 조건의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기 때문.

 

구체적으로 캡슐 내 탑재된 약 855대의 서버 중 장비 결함이 발생한 것은 단 6대에 불과했다. 비록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성공적인 실험 이후 당장의 대규모 상용화 대신 단기적인 육상 센터 확충으로 운영 전략을 다듬었으나, 이는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자본 효율성과 비니지스 우선순위에 따른 판단이었음이 학계에 알려져 있다.

 

 

중국, 하이난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수중 데이터 센터 개설 / www.scmp.com

 

실험을 넘어 이미 실전 상업 운영 단계에 진입하여 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하이난성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추가적인 모듈을 해저에 지속적으로 안착시켜 대규모 AI 연산용 컴퓨팅 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중국 정부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해저 시설들은 심해수를 냉각원으로 삼아 막대한 전력을 아끼면서, 실제로 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복잡한 산업용 시뮬레이션, 고사양 게임 개발 등의 실물 연산 작업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다. 게다가 상하이 인근 해역에서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와 수중 데이터센터를 직접 케이블로 결합하여 재생에너지를 곧바로 인프라에 공급하는 대형 사업까지 추진 중이다.

 

중국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공산품 건물이 아니라, 미래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완전히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한 국책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삼면의 해양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입지 조건과 해양 신재생 에너지 연계 기술, 그리고 해저 통신 인프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책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및 해양플랜트 시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하드웨어 제조 측면에서 바다 데이터센터와의 접점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다. 삼성중공업이 보여준 최근의 글로벌 협업 행보는 한국의 선박 제조 경쟁력이 글로벌 IT 빅테크의 필수 인프라 산업으로 매끄럽게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핵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바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며, 극복해야 할 물리적 장벽도 완강하다. 끊임없이 금속을 파고드는 해수의 부식 성능을 막아내는 방청 기술은 여전히 가장 까다로운 공학적 과제다.

 

또한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육상 데이터센터는 부품이 고장 나면 기술자가 즉시 다가가 교체할 수 있지만, 수중이나 해상 시설은 장비를 인양하거나 잠수 장비를 동원해야 하므로 점검 절차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다. 단단한 해저 케이블을 통한 전력 공급의 안정성 확보와 초고속 통신망 유지, 그리고 데이터센터에서 방출되는 온수가 주변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 평가도 필수적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해양 환경 특유의 물리적 보안 취약성과 기습적인 자연재해에 따른 운영 리스크를 경고하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은 바다라는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전력과 냉각의 효율성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전 세계가 맞닥뜨린 질문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가진 최첨단 연산 능력을 가장 적은 비용과 최소한의 에너지로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것인가?

 

삼성중공업이 시도하는 바다 위의 부유식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증한 심해의 나틱 프로젝트, 그리고 중국이 가동 중인 상업용 해저 클러스터는 모두 이 하나의 거대한 숙제를 풀기 위해 각자의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내놓은 서로 다른 답변들이다. 아직 이 미래 시장의 절대적인 승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땅 위에 지어진 견고한 콘크리트 건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글로벌 기술 경쟁은 서버를 단순히 몇 대 더 보유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그 서버들을 지구상 어디에 가장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실물 주권을 쥐느냐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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