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기이한 모양의 야구 방망이가 타석에 등장해 큰 논쟁과 화제를 낳았다. 방망이 끝이 아니라 몸통 중간 부분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모양이 마치 어뢰나 볼링핀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바로 '어뢰 배트(Torpedo Bat)'다.
해외 무대를 거쳐 KBO리그에도 본격적인 도입 절차를 밟고 있는 어뢰 배트의 실체와 과학적 원리, 그리고 현지의 냉정한 평가를 정리해 보자.

1. 어뢰 배트의 과학적 원리와 구조
기존의 전통적인 배트는 무게 중심이 방망이 끝부분(배럴)에 쏠려 있어 원심력을 극대화하는 구조였다. 반면 어뢰 배트는 타격에 거의 쓰이지 않는 방망이 끝부분의 나무(질량)를 깎아내고, 이를 타자들이 실제로 공을 맞히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 몸통 중간)' 쪽으로 내려서 두툼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과학적으로 이는 '관성 모멘트(MOI, 회전 관성)'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배트의 무게 중심이 타자의 양손 쪽으로 가까워지면서, 전체 무게가 같더라도 타자는 방망이를 훨씬 가볍게 느끼게 되는 것. 결과적으로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고, 투수의 공을 조금 더 오래 지켜본 뒤에도 배트를 날카롭게 낼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생긴다.
2. MLB와 NPB의 엇갈린 평가와 선수의 호불호
2025년 시즌 초반, 뉴욕 양키스의 재즈 치좀 주니어 등 일부 타자들이 어뢰 배트를 들고 홈런을 양산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오래가지 못했고, 선수별 적합도의 차이가 크다는 평가가 대두됐다.
결국 이를 바라보는 현지의 평가가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모든 선수가 도입해야 할 필수 장비로 취급받지도 않는다.
▲ 부정적 평가와 '과잉 혁신' 논란: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등 일부 언론과 야구 순수주의자들은 어뢰 배트를 두고 "야구의 미학과 재미를 빨아먹는 '과잉 혁신(over-innovation)'의 산물"이라고 비판한다. 지나친 데이터와 물리학의 개입이 야구의 전통적인 타격 메커니즘을 기형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대표적인 반례, 애런 저지(Aaron Judge): 어뢰 배트가 타격을 무조건 향상시키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님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뉴욕 양키스의 간판타자 애런 저지다. 팀 동료들이 어뢰 배트로 화제를 모을 때도, 저지는 자신의 고유한 타격 메커니즘과 신체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배트를 굳건히 고수하고 있다. 이는 타자의 스윙 궤적과 타격 스타일에 따라 어뢰 배트가 굳이 필요하지 않거나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반례다.

3. KBO리그 도입 현황과 기대 효과 (명과 암)
KBO리그에서는 2025년 시즌 중 규정 미비로 공식 경기 사용이 불허되었으나, 연습 과정에서 롯데, 한화 등 여러 구단 선수들이 이를 테스트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26시즌 공인 배트 1차 접수에 어뢰 배트가 정식으로 포함되며 그라운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 긍정적 기대: 갈수록 빨라지는 투수들의 강속구와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의 정교한 보더라인 투구에 대처하기 위해, 스윙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컨택 확률을 높이려는 일부 타자들에게는 유용한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다.
▲ 부정적 우려: 반대로, 기존 배트 헤드의 묵직한 무게를 이용해 채찍처럼 돌려 치는(Whip) 스윙 메커니즘에 익숙한 타자들에게 어뢰 배트는 타격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헤드가 가볍게 돌기 때문에 타구에 체중과 힘을 온전히 싣지 못해 장타력이 감소하거나 폼이 망가질 위험도 다분하다.
어뢰 배트는 첨단 스포츠 과학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선택지임이 분명하지만, 결국 야구를 하는 것은 장비가 아닌 '선수'다. 새로운 방망이가 KBO 타자들의 성적을 끌어올릴지, 아니면 일시적인 호기심과 유행으로 끝날지 그 진가는 다가오는 2026시즌 실전을 통해 냉정하게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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