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육지와 다른 제주도 결혼식 문화

제주도의 결혼식은 육지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응? 진짜?’라는 반응이 절로 나올 만큼 독특한 풍습을 자랑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주 곳곳에는 육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제주만의 공동체 문화와 정서가 진하게 남아있다.

 

과연 어떤 점들이 육지와 다를까?

 

 

1. "결혼식이 종일 진행된다고?" : 일뤠 잔치에서 종일 피로연으로

 

육지의 결혼식이 보통 예식과 식사를 합쳐 2~3시간 남짓에 끝나는 반면, 제주도의 결혼식은 기본적으로 '하루 종일' 혹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예로부터 제주의 혼례는 일주일 동안 치러지는 '일뤠(이레) 잔치'였다. 첫째 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쓸 물을 긷고, 둘째 날에는 잔치에 쓸 돼지를 잡고(돗 잡는 날), 셋째 날에는 일가친척과 동네 주민들을 대접하는 '가문잔치'를 열었으며, 넷째 날에야 본식을 올렸다.

 

현대에 와서는 이것이 많이 간소화되어 전날 피로연(가문잔치)을 하고 다음 날 본식을 올리거나, 아예 예식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6시까지 하루 종일 피로연장을 열어두고 하객을 맞이하는 형태가 되었다. 하객들이 각자의 생업을 마치고 언제든 들러 밥을 먹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주의 풍습이다.

 

도감 / 제주학연구센터

 

2. 잔치의 꽃, 돼지고기와 몸국 그리고 '도감'

 

제주 결혼 잔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돼지고기'다.

 

과거에는 집에서 기르던 흑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이때 돼지를 부위별로 해체하고 하객들에게 고기를 공평하게 썰어 나누어 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도감'이라고 불렀다. 도감의 칼질에 따라 잔치 인심이 평가받았기 때문에, 도감은 신랑보다도 지위가 높다고 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또한, 돼지를 삶아낸 진한 육수에 모자반(몸)과 메밀가루를 풀어 끓여낸 '몸국'은 지금까지도 제주 잔치에서 뺄 수 없는 최고의 영양식이자 소울푸드로 남아있다.

 

 

3. 식권이 없고, 축의금 접수대도 없다? : 직접 부조와 '겹부조' 문화

 

제주도 결혼식장에 가면 육지처럼 입구에 앉아 방명록을 적고 식권을 나눠주는 접수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식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서, 그냥 피로연장에 들어가서 편하게 밥을 먹으면 된다.

 

그렇다면 축의금(부조)은 어떻게 낼까?

 

접수대가 아닌 '자신을 초대한 당사자'에게 직접 건네는 것이 제주의 방식이다. 신랑의 지인이면 신랑에게, 혼주의 지인이면 혼주에게 직접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준다.

 

가장 특이한 점은 '겹부조(쌍부조)' 문화다. 신랑이나 신부는 물론, 그들의 부모나 형제까지 따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면 각각의 봉투를 준비해 모두에게 부조금을 전달한다. 이는 제주 특유의 철저한 분가 제도와 가족 간에도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제주 부신랑 부신부는 신랑 신부와 함께 주례 앞에 함께 섰다 / 제주학연구센터

 

4. 신랑 신부의 그림자, '부신랑'과 '부신부'

 

하루 종일 하객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는 신랑 신부를 대신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일등 공신이 있다. 바로 '부신랑'과 '부신부'.

 

육지의 '가방순이'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역할은 훨씬 크다. 가장 믿을 만한 절친한 친구가 이 역할을 맡는데, 커다란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며 신랑 신부가 직접 받은 축의금을 보관해 주고, 하객들의 식사나 동선을 챙기며, 피로연이 끝난 후 2차, 3차 뒤풀이 결제와 정산까지 책임진다. 결혼식의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하는 셈이다.

 

 

5. "카톡 프사가 청첩장이네?"

 

섬이라는 특성상 건너 건너면 다 아는 '궨당(친척을 뜻하는 제주어)'과 이웃으로 묶여있는 제주에서는 초대하지 못한 지인들이 서운해할까 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본인이나 가족, 혹은 친한 친구의 청첩장을 대문짝만하게 올려두기도 한다. 이를 본 지인들은 알아서 잔칫집에 찾아가 축하를 건네곤 한다.

 

육지 사람들의 눈에는 종일 이어지는 피로연이나 겹부조 문화가 낯설고 고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쁜 일에 온 동네가 힘을 합쳐 내 일처럼 돕고 음식을 나누며 결속을 다졌던 제주인들만의 끈끈한 '공동체 정신'과 따뜻한 '나눔의 문화'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