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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생활

지황(地黃) 이야기




지황을 캐는 사람


백거이의‘지황을 캐는 사람’에서는 봄 가뭄에 밀보리 다 타 죽고 올 서리에 가을 곡식도 걷지 못하여 먹을 것이 없어 지황을 캐는 백성들의 어려운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자집에서는 말이 지황을 먹으면 번지르르 살찐다고 하여 지황을 사들였으나, 농민들은 말 먹이다 남은 곡식과 바꿔 주린 배를 달랬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지황자(采地黃者)-백거이(白居굂)


(麥死春겘雨) 봄에 가물어 보리가 죽고


(禾損秋早霜) 가을 이른 서리에 벼농사 망쳤단다.


(歲晏無口食) 세모에 입에 먹을 것이 전혀 없어


(田中采地黃) 밭에서 지황을 캐고 있단다.


(采之將何用) 그것을 캐어서 어디에 쓰냐고 하니


(持以易糧) 그것을 가져가 양식과 바꾼단다.


(凌晨荷鋤去) 새벽에 호미 메고 나가서


(薄暮겘盈筐) 저녁되어도 광주리를 못 채운단다.


( 來朱門家) 붉은 대문 집에 가지고 가서


(賣與白面郞) 희멀건 도령에게 팔아버린단다.


(與君啖肥馬) 도령은 살찐 말에게 먹이어


(可使照地光) 땅에 광택이 비치도록 하더란다.


(願易馬殘粟) 바라기를, 말먹이고 남은 곡식 주어서


(救此苦飢腸) 그렇게 쓰리고 주린 창자를 구해달란다.



불로의 명약 경옥고의 주원료 지황


경옥고는 지황, 꿀, 인삼, 복령 등으로 만든다. 이 중 핵심은 지황이다. ‘경옥고’는 정조가 운명하기 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고자 먹었던 약으로 허준이 그의 평생 후원자인 유희춘에게 선물했던 약으로도 유명하다.


‘경(瓊)’은 아름답다(붉다),‘ 옥(玉)’은 구슬,‘ 고(膏)’는 고은 액체를 뜻한다. 풀어 보면, 붉은 구슬 같은 고약이다. 해석을 가미하면, 옥구슬처럼 소중한 생명의 물을 뜻한다. 이런 경옥고의 이름은 도교 전통의 신화와 맞닿아 있다. 옛날 황제가 곤륜산에서 나오는 꿀 같은 옥액을 먹으며 영생을 얻었다는 얘기는 전형적이다. 곤륜산은 전설상의 산으로 본래 굉장히 높은 산이었다. ‘회남자’에 적혀 있는 산의 높이를 보면 산기슭부터 꼭대기까지가 1만 1000리다. 신화 속에서 하늘과 지상을 잇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거대한 산이다. 옛날에는 황하도 여기서 발원했다고 믿어졌다. 이 곤륜산의 아래에는 약수라는 깊은 물이 산을 휘감아 흐르고 있고 그 둘레에는 또 불꽃이 이글거리는 큰 산이 있다. 그 불꽃 속에는 기이한 나무가 한 그루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건목이었는데 불꽃 속에서도 타버리지 않는 나무는 바로 그곳이 속세와는 구별되는 성스러운 장소 즉 신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곤륜산에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여신 서왕모가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복숭아 축제를 열면 신선세계의 온갖 신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그는 곤륜산에 살면서 사람의 수명을 다스리는 불사약을 갖고 있고, 이 불사약이 바로 황제가 늘 복용한 경옥고의 원형이다. 이런 신화에는 상징적인 것들이 많이 표현되어 있는데, 곤륜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머리를 상징하고 서왕모는 여자로 정혈을 의미하며 복숭아는 신장 중에 오른쪽에 있는 명문 단전의 타오르는 생명의 불길을 상징한다. 머리와 명문 그 속에 깃들인 생명 물질인 정혈이 삶의 근원인 것을 표현한 신화인 것이다. 이처럼 경옥고는 신이 복용한 명약으로 여겨졌다.




구증구포 정성이 만들어낸 숙지황


예로부터 숙지황의 제법으로는 구증구포(九蒸九曝,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함)이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구증구포에 대한 내용은‘동의보감’과‘본초강목’에 수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의 제법을 보면“생지황을 캐서 물에 가라앉는 것을 지황이라 하고, 절반 정도 가라앉는 것을 인황이라 하며, 물 위에 뜬 것을 천황이라고 한다. 인황과 천황, 가는 뿌리를 짓찧어 낸 즙에 지황을 담갔다가 시루에 지황을 넣고 푹 쪄서 햇볕에 말리고, 또 그 즙에 하룻밤 담갔다가 또 져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 번 한다. 찔 때는 매번 찹쌀로 만든 청주에 뿌려서 찌는데 쇳빛처럼 검게 되면 다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하였다.


실제 한약재에는 숙지황뿐만 아니라, 하수오, 황정 등 주로 보음약에서 구증구포를 하라고 하는데 이는 반드시 아홉 번을 찌고 말려야 한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구(九)는 양(陽)의 극대수이다. 그러므로 음(陰)이라는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는 건지황을 양이라는 따뜻한 성질의 숙지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양의 극대수인 구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옛날의 명절이 양이 겹치는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인 것이나 마찬가지 의미이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오리엔털 허브스토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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