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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정보/역사

어둠을 밝히는 동굴 연구자들



  우리 사회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도로 힘든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EBS의 ‘극한 직업’이다. 극한의 환경에 마주한 분들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발휘되는 불굴의 의지와 끊임없는 도전, 열정, 동료애 등의 모습은 직업정신의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필자처럼 지질유산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도 극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바로 동굴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절대적 어둠 속에서 작은 손전등과 밧줄하나만 가지고 적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 지하 속 세상을 조사한다. 머리하나 들어가는 좁은 바위틈을 비집고 다녀야하며, 차가운 물속을 거닐거나 가파른 암반을 오르고 내리는 일을 수 없이 반복해야한다. 칠흑 같은 어둠과 시간이 멈춘 듯 한 완벽한 고요함 속, 간간이 들려오는 박쥐의 날갯짓과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조차 긴장감과 두려움을 배가 시킨다. 그러나 동굴 조사의 가장 큰 현실적 어려움은 생리현상과 그 처리이다. 일례로, 천연기념물 제178호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 내 환선굴(幻仙窟)은 총길이 약 6.5km로 동굴 속에는 크고 작은 돌개구멍(포트홀)과 폭포, 호수, 갈라진 틈인 크레바스(Crevasse) 등 험난한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동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8개월이 소요되며 한번 조사 때마다 약 4~5일을 동굴 속에서 지내게 된다. 동굴 속을 흐르는 물로 최소한의 갈증만을 해결하고, 먹는 것도 최소화 하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현상인 대소변은 동굴조사의 최대의 난적이다. 생리현상 시, 미리 준비해간 비닐주머니에 대소변을 받아 밀봉하여 조사용 가방에 담아두었다가 동굴 밖으로 가져나와야 하는데 겪어보면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런 환경에서의 조사와 연구야 말로 극한의 작업이자 ‘극한의 직업’일 것이다.



  동굴연구자들은 어둠을 밝히는 연구자들이다. 이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발자국 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라’, ‘사진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마라’, ‘동굴에서 죽일 것은 시간밖에 없다’. 동굴 조사가 아니더라도 동굴을 방문하는 관람객이라면 꼭 한번 새겨보았으면 한다.


<강원도 삼척의 환선굴에서 동굴을 조사하는 연구자의 모습>


[문화재청 '공감! 문화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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