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팬들에게 크리스티안 로메로라는 이름은 꽤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때는 팀의 미래였다. 공격수를 겁내지 않는 과감한 수비, 전진 압박, 거친 태클, 그리고 수비수답지 않은 빌드업 능력까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는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사실.
최근 토트넘이 강등권 언저리까지 추락하는 혼란 속에서 로메로는 경기력 외적인 부분으로도 비판을 받았다. 잦은 부상,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애매한 태도 논란, 시즌 종료 전부터 이어진 이적설, 그리고 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출국했던 행동까지 겹치며 팬들의 여론은 상당히 냉각됐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등장한 선수가 있다.
바로 본머스의 마르코스 세네시다.
문제(?)는 이 두 선수가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
겉으로만 봐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둘 다 아르헨티나 출신 센터백이다.
나이 차이는 겨우 한 살.
신장과 체격도 비슷하다.
왼발잡이인 세네시와 오른발잡이인 로메로라는 차이는 있지만 현대 축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전진 패스와 빌드업 능력을 강점으로 가진다는 점 역시 닮았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전형적인 아르헨티나 수비수라는 평가가 눈에 띈다.
거친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투쟁심이 강하며, 경기 중 감정을 숨기지 않는.
영국 현지 언론이 세네시를 "워리어(Warrior)"라고 표현하고, 로메로 역시 토트넘 시절 줄곧 "전사" 혹은 "파이터"로 불렸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어쩌면 토트넘은 한 명의 아르헨티나 전사를 보내고(아직 로메로의 이적 확정은 뜨지 않았지만) 또 다른 전사를 영입한 셈이다.
그런데 세네시는 로메로와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두 선수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가장 큰 차이는 플레이 스타일이다.
로메로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수비수다.
상대 공격수를 따라 중원까지 튀어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볼을 탈취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장면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실점 장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세네시는 좀 더 안정적이다.
물론 전진 패스 능력은 뛰어나지만 수비 자체에서는 로메로보다 훨씬 위치 선정에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본머스 시절 평가를 살펴보면 "화려한 수비수"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수비수"라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
로메로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선수라면 세네시는 경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선수에 가깝다 할 만하다.

토트넘이 정말 원한 것은 '로메로의 후계자'가 아닐 수도 있다
사실 토트넘 입장에서 보면 세네시 영입은 로메로의 대체라기보다 정반대의 처방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토트넘 수비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안정감 부족이었다.
개별 수비수의 능력은 나름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조직보다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로메로는 최고의 날에는 월드클래스였지만 컨디션과 감정 기복에 따라 경기 영향력의 편차가 상당히 컸다.
반면 세네시는 상대적으로 일관성이 높은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토트넘이 원하는 것이 또 다른 스타 센터백이 아니라 수비 라인의 균형이라면 세네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래도 팬들이 불안한 이유
그럼에도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축구 팬들은 결국 경험으로 학습한다.
로메로가 처음 토트넘에 합류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그는 세리에 A 최고의 수비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대 속에 입성했다.
그럼에도 그 결과가 지금의 복잡한 이별 분위기라면, 팬들 입장에서는 비슷한 국적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후임자에게 경계심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럽다.
특히 아르헨티나 선수 특유의 강한 개성과 투쟁심은 장점인 동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팀이 잘 나갈 때는 카리스마가 되지만, 상황이 꼬이기 시작하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관계'다
어쩌면 토트넘 팬들이 걱정하는 것은 세네시의 축구 실력이 아니다.
본머스에서 보여준 경기력만 놓고 보면 그는 충분히 검증된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다.
팬들이 진짜 우려하는 것은 로메로가 남긴 기억이다.
처음에는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가 시간이 지나며 논란의 중심이 되고, 결국 씁쓸한 이별을 맞이하는 과정 말이다.
하지만 사람과 선수는 다르다.
국적이 같다고 같은 길을 걷는 것도 아니고,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같은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세네시는 어디까지나 세네시일 뿐, 토트넘이 영입한 것은 '제2의 로메로'가 아니라 본머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정받은 마르코스 세네시다.
다만 축구가 워낙 이야기와 상징으로 움직이는 스포츠인 만큼, 토트넘 팬들은 당분간 그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 선수는 로메로의 빈자리를 메우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로메로가 되는 걸까?"
그 답은 결국 세네시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써 내려갈 앞으로의 몇 시즌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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