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자리 구조의 변화: 2008-2015
일자리의 변화를 상세하게 살펴보기에 앞서 지난 20여 년간 직종대분류에 기반한 장기 일자리 추세를 짚어보자. [그림Ⅴ-20]은 1993-2015년기간 비중이 증가한 직종과 감소한 직종을 각각 실선과 점선으로 대비하여 보여준다. 이 그림을 보면, 전문가·기술공 및 준전문가의 비중 증가가 현저하며 사무 종사자 역시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어났다. 단순노무 종사자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이후 뚜렷한 비중 증가 추세가 관찰된다. 규모가 가장 큰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경우 2000년대 초까지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였다가 감소한 후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비중 감소 추세가 가장 현저한 직종은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이다. 2010년 이후에는 관리자의 비중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취업자의 직종별 구성과 그 변화 양상은 남녀에 따라 다소 다르다. 남성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가 외환위기 직후 크게 감소한반면,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와 사무 종사자 등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줄곧 그 비중을 늘려왔다. 이는 자동화와 서비스 산업화로 인한 변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기술공 및 준전문가와 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중의 변화에는 부침이 있다. 전문가·기술공 및 준전문가의 경우 2000년대 정보통신산업의 붐을 타고 증가하다 2000년대 중반 감소한 이후 최근 제2의 상승 국면을 맞고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 2000년대 초반까지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중반 이후 감소하고 있다. 남성 지배 직종으로 볼 수 있는 관리자 비중 또한 2000년대 후반 이후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 위계조직의 변화를 포함하는 구조조정의 영향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남성 취업자가 다양한 직종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면서 그 구성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성의 경우 서비스·판매 종사자가 줄곧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단,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변화 양상은 남녀가 유사하다. 여성의 경우에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서비스·판매 종사자 비중이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감소하였다. 다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비중이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1993년 10.9%에 불과하던 이 직종 취업자 비중이 2015년에는 22.8%까지 증가하였다. 여성에 대한 교육투자 증가와 고학력화를 반영하는 변화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교육, 의료, 복지 부문 사회서비스 분야의 성장에 따른 여성 밀집 직종이 동반성장한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단순노무 종사자와 사무 종사자 비중이 증가하고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비중이 현저하게 감소한 점은 남성 취업자 직종의 장기 추세와 유사하다.
요컨대, 지난 20여 년간 취업자의 직종별 구성에서 관찰되는 뚜렷한 변화는 전문직과 사무직 그리고 단순노무직의 증가와 제조부문 중·저숙련 기능직의 감소이다. 이러한 추세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상당히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비스직 고용규모가 7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최근 통계는 한국이 고도의 서비스 경제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여기서 잠시 취업자의 산업부문별 구성과 그 변화 양상을 살펴보자.
[그림Ⅴ-21]은 2015년 취업자 규모를 기준으로 각기 상위 50%와 하위 50% 산업의 취업자 구성을 살펴본 것이다. 2015년 현재 전 산업부문에 걸친 취업자 규모를 보면, 서비스 경제화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17.3%로 여전히 가장 높다. 그 뒤를 도소매업(14.2%), 숙박·음식점업(8.3%), 교육서비스업(7.1%), 건설업(6.9%),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6.9%) 등이 잇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기능직 취업자 규모의 급격한 감소가 제조업 자체의 축소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제조업의 고도화는 노동집약적 조립인력의 감소를 초래하지만 중간숙련 인력과 여타 부문의 기술 및 서비스 인력을 확대 할 수 있다.
취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부문에서는 전반적으로 변화가 크지 않은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였고 도소매업과 농림어업 취업자 비중은 감소하였다. 취업자 비중이 낮은 산업부문에서는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그리고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취업자 비중이 비교적 빠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변화가 급격한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 혹은 서비스 부문보다 신흥 서비스 부문에서 주로 발견된다. 특히, 아웃소싱과 가치사슬의 고도화에 관계하는 사업서비스, 가족 내 돌봄 노동의 공백을 메꾸거나 인구구조 변화에 수반하는 개인 및 사회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났음이 확인된다. 더불어 산업구조 변화 전반을 주도하는 지식산업과 문화의 산업화를 반영하는 방송·문화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만들어 내고 있는 일자리의 증가도 눈에 띈다.
산업별 일자리 분포는 남녀 간에 차이가 난다. 남성 취업자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산업은 여전히 제조업(21.3%)으로 그 뒤를 잇는 도소매업(13.1%), 건설업(11.1%), 운수업(8.4%)의 일자리 규모와는 꽤 큰 격차를 보인다. 여성의 경우 도소매업(15.6%), 제조업(12.0%) 등 상위 일자리의 순위는 남성과 비슷하나 뒤를 잇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0%), 숙박·음식점업(12.4%), 교육서비스업(11.1%) 등의 산업에 일자리가 고르게 분포한다는 점에서 남성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그림Ⅴ-22).
<표Ⅴ-8>은 직업중분류별 취업자 비중과 취업자수 증감률을 나타낸 것이다. 2015년 기준 취업자 비중이 가장 큰 직종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14.0%)이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매장 판매직(7.6%)의 약 2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취업자가 여전히 전통적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밖에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6.0%),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5.3%), 운전 및 운송 관련직(5.2%),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5.2%) 등이 취업자 비중 상위 직종을 구성하고 있다.
2008년 대비 2015년 취업자 증감률을 계산해보면, 이미용·예식 및 의 료보조 서비스직(65.3%),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52.3%),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51.9%),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25.0%),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노무직(21.0%)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반면, 농축산 숙련직(-34.6%), 매장판매직(-6.3%), 건설 및 채굴 관련 기능직(-1.2%)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림Ⅴ-23]의 취업자 직업중분류별 분포를 성별로 살펴보면, 2015년 현재 남성 취업자가 가장 많이 일하는 직종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13.6%)이다. 이어 운전 및 운송 관련직이 9.0%, 매장판매직, 농축산 숙련직, 공학 전문가 및 기술직이 각각 5% 내외,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과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노무직이 각각 3%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의 일자리수 변화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대개의 직종에서 완만하게 증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취업자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2008년 이후 40% 이상의 급격한 일자리 증가율을 보이는 직종은 운송 관련 단순노무직,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 및 관련직, 전기 및 전자 관련 기계조작직, 기타 서비스 단순노무직, 가사·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노무직, 상하수도 및 재활용 처리 관련 기계조작직 등이다. 크게 보아 문화·정보 관련 전문직과 단순노무직 두 종류의 일자리가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성 취업자 역시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14.6%)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종사하는 직종은 매장판매직(10.0%)과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9.8%)이다. 이외에도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이 9.0%,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이 8.6%이며 가사·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노무직과 이미용·예식 및 의료보조 서비스직이 각각 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직종별 여성 취업자의 증감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직과 사회 및 개인 서비스직에서 여성 취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취업자 비중이 높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역시 2008년 이후 35.1% 증가하였는데, 같은 기간 이미용·예식 및 의료보조 서비스직은 76.3%,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관련직은 62.0%,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노무직은 47.1%나 증가하였다. 공학 전문가 및 기술직, 과학 전문가 및 관련직, 법률 및 행정 전문직과 같이 전통적으로 여성이 배제되었던 직종에서 여성 취업자 증가율이 40-100%에 이른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들 직종에서 여성 취업자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