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붙은 별명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문화라 할 만하다. 그만큼 술마다 특징이나 역사, 마셨을 때의 효과 등을 재치있게 담아낸 별명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 충남 서천의 한산소곡주는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술은 찹쌀과 누룩으로 빚어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목 넘김이 좋아 자신도 모르게 계속 마시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알코올 도수가 16~18도로 결코 낮지 않다는 것.
결국 맛에 취해 계속 마시다 보면, 술기운이 올라 일어서려고 할 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된다고 해서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소위 '맛있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는 재미있는 경고가 담겨있는 별명이다.
빈센트 반 고흐, 오스카 와일드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유혹에 빠졌다는 "녹색 요정 (La Fée Verte)". 바로 압생트(Absinthe)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예술가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압생트는 특유의 영롱한 녹색 빛깔과, 이 술을 마시면 환각을 보거나 창의적인 영감을 얻게 된다는 믿음에서 이런 별명을 얻게 되었다.
주원료인 '향쑥(wormwood)'의 투존(thujone) 성분이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는 당시의 인식까지 포함되며 신비롭고 위험한 이미지가 그대로 이어진 사례다.
진(Gin)의 별명은 "어머니의 파멸 (Mother's Ruin)"이다.
오늘날 칵테일의 기주로 널리 쓰이는 진(Gin)에게는 붙은 이 섬뜩한 또 다른 이름은 18세기 영국 런던의 '진 광풍(Gin Craze)' 시대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값싸고 독한 진이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런던의 하층민들은 물보다 진을 더 많이 마실 정도였다고. 이로 인해 극심한 알코올 중독, 빈곤, 범죄 등 사회 문제가 만연하게 되었다.
특히 여성들의 음주가 급증하며 아이를 돌보지 않고 가정을 파탄 내는 일이 많아지자, 사회 비평가들은 진을 '어머니를 파멸시키는 술'이라고 부르며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당시의 어두운 사회상이 그대로 술의 별명으로 남은 씁쓸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위스키(Whisky)에 붙는 "생명의 물 (Water of Life)"은 사실 별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위스키'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상 별명에서 유래했기 때문.
위스키의 어원은 고대 켈트어(게일어)인 'Uisge Beatha(우스게 바하)'인데, 이 말의 뜻이 바로 '생명의 물'이다.
과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지에서 위스키(당시에는 증류주)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추위를 이기고 질병을 치료하며 생명을 연장해 주는 귀한 약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이 '생명의 물'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고, 시간이 흘러 '우스게' 부분이 영어식으로 변형되어 '위스키(Whisky)'가 된 것이다.
"문샤인(Moonshine)" 미국에서 금주법 시대나 그 이전에 세금을 피해 불법으로 제조하던 밀주를 뜻한다.
달빛이라는 뜻에 걸맞게 단속을 피해 밤에 몰래 달빛 아래서 술을 제조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는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아 색이 투명하고, 마셨을 때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강력하고 짜릿한 느낌을 준다고 해서 "백색 번개(White Lightning)"라는 또 다른 별명도 따른다.